《한국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부일지: 1948년(단기 4281년)》는 한국도서관사연구회가 기획하고 국립중앙도서관이 자료를 제공해 2021년 출간한 책이다. 대한민국이 세워진 해인 1948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해방 직후 도서관의 일상과 그 안에서 분투한 사서들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새롭게 탄생한 국가의 도서관이 어떻게 자리를 잡고
아주 오래전 한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다.눈보라를 헤치고 한 남자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너무 흘러 가족은 그가 이미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뒤였다. 남자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창밖에 선 채 난롯불로 따스한 집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내 곁에는 다른 남자가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남자는 조용히
‘문서 전시’라는 아이러니며칠 전 문서와 전시에 대한 비평 한 편을 썼다. 아직은 초고라서 조금 더 다듬어야 하는 그 비평에서, 나는 문서를 전시하는 일의 아이러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1년 후의 도서관’ 지난 화에서 등장했던 것처럼, 문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종이에 기록된 텍스트부터 동적 문서(dynamic document)로서의 웹페이
샌디에이고의 기차역에서 한 사서가 수용소로 향하는 아이들에게 엽서 한 장씩을 나눠주고 있었다. 수신인에는 자신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소식을 전해 달라는 짧은 부탁을 함께 남겼다. 그 약속은 이후 300여 통이 넘는 편지가 되어 그녀에게 돌아왔다. 떠나야 했던 아이들제2차 세계대전의 전선이 태평양까지 넓어지던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고백하건대, 내 손은 생산적인 딴짓을 하기에 적합한 기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 쓸데없이 길쭉하고 매끄럽지만, 그런 손에 보통 기대되곤 하는 섬세함 따위는 없다. 집중력이 좋지도 않은 까닭에 뜨개질이나 요리, 수공예처럼 깊은 몰입을 요구하는 취미도 가질 수 없다. 나는 나를 쉽게 투박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내가 가진 것 중 유일하게 촉을 세우고 있는 것은
연기는 오직 내 직관과 본능에 달려 있다삶의 반평생 연기를 배워온 한 사람으로서, 철저히 본능에 입각해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이러니함에 현기증을 느낄 때가 있다. 이건 반복 속에서 철저히 계산된 연기가 주는 감동을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능 속 극한의 시도가 어째서 이리도 아름다운가 하는 질문에 가깝다. 여기, 한평생 연기를 배운 적
문서의 시간이 움직이는 방식 문서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다. 세계적인 기록 관리 및 아카이브 관련 전문 학술 단체 미국기록관리자협회(SAA, Society of American Archivists)에서는 공식 학술 용어 사전 사이트인 ‘기록학 용어 사전(Dictionary of Archives Terminol
9월이 되자 낮 기온이 떨어지고 눈에 띄게 일몰 시간이 빨라졌다. 지난봄부터 이때를 기다려왔다. 얼른 털실과 대바늘, 그리고 ‘꽈배기바늘’을 챙겨 거실로 나왔다.뜨개는 한 계절을 앞서간다. 그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다가 지난겨울에는 때를 놓치고 말았다. 하루이틀 미루는 사이 덜컥 봄이 와버린 것이다. 하루에 몇 단씩 뜨는 것이 고작이다 보니 계절을 따라잡
맑은 밤하늘에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뜨면 괜스레 맘이 설레면서 벅차오른다. 그날이 정월대보름이나 한가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이 달을 바라본 역사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을 텐데, 누가 언제부터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을 만들어냈을까? 수천 년 전 어느 밤, 메소포타미아의 들판에서 달을 바라보던 농부였을까? 아니면 중국의 시인이었을까? 혹은
잠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누군가에게 물은 적 있다. 그때 들었던 말이 강렬했다.“놀아. 그냥. 억지로 눈 붙이지 말고.”그래, 그렇지. 배고플 때 먹으면 되고, 졸릴 때 자면 되고, 써질 때 쓰면 된다.달아나는 걸 좇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먹고 자고 쓰게 될 것이다.시원하고 담백한 그 대답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잠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