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의 이야기: 내 영웅의 집은 어디인가?2026년 여름 극장가는 어떤 작품의 것으로 기억될까? 제일 먼저 도전장을 내민 것은 나홍진 감독의 〈호프(Hope)〉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광복절 직후의 스코어로 보자면 〈호프〉는 제작사가 밝힌 손익분기점인 700만 관객 동원에는 실패했고, 작품의 호불호에 대한 논쟁만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 한국영화를 사
“여자는 수학을 못 하고, 시를 못 쓴다”는 젠더 편견수학과 시의 공통점이 있을까? 세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젠더 편견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여성은 수학을 잘 못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다양한 종류의 수학 포기자, ‘수포자’가 존재한다. 교육 현장에서 여학생은 수학에 약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게 참 이
Q 협상을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협상을 할 때 실패하는 사람들의 패턴을 보면 두 가지가 없이 시작한다. 첫 번째는 시간이 없이 협상하고, 두 번째는 대안이 없이 시작한다. 결국 협상은 시간 게임인데, 내가 시간에 쫓기면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면 부동산 협상도 그렇고, 연봉 협상도 그렇고, 이직도 마찬가지고, 상대방 입
10년의 인연과 《책은 죽지 않는다》의 첫 출발이시바시 다케후미 씨가 책이 나왔다며 직접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오랜만에 만난 그는 머리를 산뜻하게 잘라 한결 시원한 인상이었다. 이시바시 씨는 섬세한 사람이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 섬세함은 글에만 있지 않다. 사람을 대할 때도 그렇다. 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오래 기억
맑은 밤하늘에 휘영청 둥근 보름달이 뜨면 괜스레 맘이 설레면서 벅차오른다. 그날이 정월대보름이나 한가위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인간이 달을 바라본 역사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을 텐데, 누가 언제부터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을 만들어냈을까? 수천 년 전 어느 밤, 메소포타미아의 들판에서 달을 바라보던 농부였을까? 아니면 중국의 시인이었을까? 혹은
잠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누군가에게 물은 적 있다. 그때 들었던 말이 강렬했다.“놀아. 그냥. 억지로 눈 붙이지 말고.”그래, 그렇지. 배고플 때 먹으면 되고, 졸릴 때 자면 되고, 써질 때 쓰면 된다.달아나는 걸 좇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먹고 자고 쓰게 될 것이다.시원하고 담백한 그 대답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잠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 면
첫 페이지의 중력: 왜 우리는 고전 앞에서 번번이 멈추는가누구나 집 안 책장 한구석이나 도서관 서가에 묵직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 한 권쯤은 품고 산다. 오랜 세월을 버텨낸 가치와 깊이를 알면서도, 빽빽한 문장과 방대한 분량에 눌려 끝내 마지막 장을 넘기지 못한 거대한 고전들이다. 독자들은 이 다가서기 어려운 책들을 친숙함과 두려움을 담아 ‘벽돌책’
도서관에 대한 단서들도서관과 지도(atlas)가 서로 닮았다는 걸 알아챈 한 사람이 있다.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에 대한 이야기다. 바르부르크 문화학 도서관은 그의 프로젝트 ‘므네모시네 아틀라스’와 함께 사고의 기계로서의 아카이빙을 이야기한다. 바르부르크 도서관의 책들은 십진분류의 주제별 숫자나 저자명 순으로 배치되지 않았다. 대신 ‘좋은
소설가 최은영이 데뷔 13년 만에 첫 산문집 《백지 앞에서》를 펴냈다. 그동안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삶의 빛나는 순간과 상처를 그려낸 최은영은 이번에는 자신의 이야기 앞에 서서 오래된 마음의 흔적을 꺼내 보인다. 쓰기와 읽기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치유할 수 있는지, 어째서 덜 애쓰고, 서로의 힘겨움을 가여워하며 살아가자고 말하는지,산문집
2002년, 스웨덴 말뫼의 항구에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크레인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배에 실려 멀어지는 크레인을 보면서 그들은 눈물을 흘렸다. 우리에게 ‘말뫼의 눈물’로 알려진 바로 그 이야기이다.말뫼에는 오랫동안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서 있었다. 150미터 높이의 크레인은 도시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눈에 띄었다. 일상은 물론이고 한 사람의 생을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