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누군가에게 물은 적 있다. 그때 들었던 말이 강렬했다.“놀아. 그냥. 억지로 눈 붙이지 말고.”그래, 그렇지. 배고플 때 먹으면 되고, 졸릴 때 자면 되고, 써질 때 쓰면 된다.달아나는 걸 좇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먹고 자고 쓰게 될 것이다.시원하고 담백한 그 대답이 어찌나 마음에 들던지, 잠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 면
내가 떠나고도 이 책상들은 남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품을 내어주고 그의 너저분함에 익숙해질 것이다. 그리하여 끝까지 남아 있는 것은 책상일 것이다. 우리는 겨우 지나가는 발자국이다. 책상 앞에 앉아 먼저 하는 생각은 나를 책상으로 이끈 이유와 가장 멀리 떨어진 생각뿐이다. 매일 출근하여 자리에 앉아 모니터의 전원을 켜며 나는 요즘 온통 이직 생각에 빠져 있
작년 이맘때부터 출근 전 아침 알람 시간이 빨라졌다. 평소에는 오전 7시 29분에 맞춰져 있던 시간을 7시 24분으로 5분이나(!) 앞당긴 것이다. 이유는 식물들에게 물을 주기 위해서. 철쭉, 실남천, 청짜보, 오엽송, 꼭지윤노리, 석화회, 고려담쟁이……. 어느덧 하나둘 늘어난 나의 반려 분재들의 이름이다. 분재는 원예 식물들과는 다르게 물 주기에 훨
저는 손으로 사부작사부작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실은 공예를 잘하지도 못하고 끈기도 부족합니다. 소질 있다는 말을 듣고 덜컥 시작한 목공은 나무를 자르고 조립하는 것보다 사포질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슬쩍 발을 뺐고, 우드 카빙은 조각도에 손을 베인 뒤 학을 뗐습니다. (수저 세트를 몇 년째 완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팬데
삶의 대부분을 서점에서 보낸다. 나는 습관적으로 나의 일터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살피고 있다. 은밀하고도 흥미로운 딴짓을 소개해야 할 텐데…… 왜 자꾸만 지질한 이야기나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롱폼인 책을 판매하는 사람이, 정작 책을 저 멀리 내팽개친 채 타인의 짧은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이야기를 할 참이다. 어쩌다가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