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어 해 전 일이다. 마을버스 정류장 옆 전신주에 고양이 주인을 찾는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 스코티시폴드(Scottish Fold)를 보호하고 있다며 연락처를 남겨놓았다. 노르스름한 빛깔의 귀 접힌 고양이가 찍힌 흐릿한 사진과 함께. 그 고양이가 곧 제 집을 찾아갔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다. 그즈음 우리 집 아래 골목의 고양이 밥 놓는 데 못 보던
1. 내가 사는 동네에 아주 작은 공원이 있다. 골목의 서른 개쯤 되는 계단을 올라가 딸랑 그네 네 개가 있을 뿐인 놀이터로 접어들면, 근처 어느 집의 열린 대문 안이나 화단 덤불에서 서성이던 ‘귀(貴)’가 카트 바퀴 구르는 소리를 듣고 울면서 쫓아와 맞아준다. 하소연하는 듯도 하고 따지는 듯도 한 울음소리다. 귀의 정식 이름은 귀부인. 3년 전엔가, 공
1.우리 보꼬는 책을 좋아했다. 내가 방바닥에 엎어놓거나 펼쳐놓은 책들. 마치 끌어안고 있다가 잠결에 놓친 것처럼 앞다리를 책 표지에 나른히 늘어뜨리고, 머리통을 책등에 얹고. 펼쳐진 책에서는 그 위에 제 몸을 최대 면적으로 펼쳐 엎드려 새근새근 잤다. 나는 건성으로 “미안!” 하며 보꼬가 깔고 있는 책을 서슴없이 빼내곤 했다. 다른 책을 읽어도 됐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