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앤쿨 인터뷰] 도서관, 어디까지 예술적일 수 있을까? _신사실파 아카이브 기획전 여는 의정부미술도서관 박영애 사서
박영애_경기도서관 도서관운영팀장
2024-06-0710:37
이번 호 핫앤쿨 인터뷰에서는 의정부미술도서관의 미술 전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신사실파 아카이빙 전시를 기획한 의정부미술도서관 박영애 사서를 만나
공공재 플랫폼으로 도서관의 책과 미술, 시민과 예술,
그리고 예술가를 연결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았다.
2024.6.4.~8.31일까지 의정부미술도서관에서 열리는 신사실파 아카이브 기획전
‘책 위에 내려앉은 그림’ 전시장을 더 라이브러리가 영상에 담았다.
더 라이브러리(이하 ‘더’): 안녕하세요. 더 라이브러리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영애(이하 ‘박’): 안녕하세요. 의정부미술도서관 박영애입니다.
더: 이번에 의정부미술도서관에서 <신사실파, 책 위에 내려앉은 그림>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 저희 의정부미술도서관을 처음 건립할 때 기획 단계에서 신사실파 화가인 백영수 선생님이 저희 의정부시에 거주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결정적인 모티브가 됐어요. 이후에도 백영수 선생님의 작품 전시를 간간이 했죠. 그리고 이번에 개관 5주년을 맞이해 도서관의 정체성을 담은, 저희가 수집한 자료를 시민들과 교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사실파와 백영수 선생님을 알리는 차원에서 아카이빙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더: 이번 전시에서 총 여섯 분의 신사실파 화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계신데요, 특히 백영수 선생님의 작품 세계는 어떤가요?
박: 제가 전문가 관점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처음에 백영수 선생님의 작업 영상을 보고 굉장히 눈물을 많이 흘렸었거든요. 실제 다른 작가분들은 생전에 뵙지를 못했고, 물론 백영수 선생님도 생전에 뵙지를 못했지만 작품 활동을 하시는 걸 영상으로 만날 수 있었어요. 그 영상을 보면서 붓 터치 하나하나에도 굉장히 따뜻한 느낌을 받았고 작품으로 그런 표현이 그대로 전달되었어요. 작업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작품으로 이어지는 감동을 느꼈거든요.
백영수 선생님은 엄마와 아들, 그러니까 모자, 그리고 자연으로는 새와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셨는데요, 특히 모자상에서 모성애를 굉장히 따뜻하게 표현했어요. 색감도 정말 따뜻한데 일반적인 색상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하나하나의 색을 조합해서 만들어내시는 모습이 정말 놀랍구나 싶었습니다. 신사실파 화가분들 중에 국민작가로 잘 알려진 김환기 선생님이나 이중섭 선생님은 우리가 다 알고 있지만, 백영수 선생님도 앞으로는 그분들 못지않게 국민적 작가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더: <신사실파, 책 위에 내려앉은 그림>은 신사실파 작가의 표지화를 전시하는 등 책과 미술을 연결하는 의정부미술도서관만의 독특한 전시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함께 전시한 책들이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책을 어떤 방식으로 큐레이션하셨나요. 박: 의정부미술도서관 개관에 신사실파가 모티브가 됐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저희가 중고 서점을 다 뒤져 신사실파와 관련한 작가들의 생전 작품 활동 자료들을 구입했습니다. 또 관련된 미술관과 재단을 통해서 그 작가들의 도록들도 다 수집했죠. 지금도 자료 수집은 계속하고 있고요. 다른 미술관에서 신사실파와 관련된 전시를 하면 또 거기서 만든 도록들도 수집하고 있습니다.
저희 전시가 책이 중심이 되는 아카이브 전시거든요. 한국전쟁 이후에 작가들은 그림을 그릴 전지 하나 구입하기도 어려워서 문학잡지에 작품을 발표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고 해요. 책 속의 작품은 시대의 생활상을 포함하고 있어 그 시대를 한번 경험해볼 수 있게 했어요. 그래서 과거를 돌이켜보고 그 책들에 담겨 있는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콘셉트로 잡아보기도 했습니다. 더: 의정부미술도서관은 2019년부터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오픈 스튜디오’와 미술 전공자들을 위한 큐레이션, 그리고 에듀케이터 업무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청년문화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의 운영 목적이 궁금합니다.
박: 미술도서관을 기획할 때 그 배경에는 또 하나가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자랄 때 감수성 발달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게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예요. 미술이나 음악과 관련해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많이 보내기도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미술이라는 분야에서 공공재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외 도서관을 경험하면서 하게 됐어요.
의정부에는 시립미술관이 부재했기 때문에 그 역할을 공공에서 하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백영수 선생님이 의정부에 거주하고 계셨기 때문에 미술도서관을 기획할 수 있었던 거죠. 아이들이 자랄 때 미술이라는 분야를 통해서 감수성을 갖게 해주는 공공적인 역할을 우리가 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저희 도서관은 아이들이 전시 감상을 통해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연계해서 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령대 별로 있는데요, 청소년들 대상으로는 전국 미술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또 큐레이터를 전공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위해서는 인큐베이팅으로 큐레이터 역할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 청년문화예술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인전 이력이 없는 신진작가들을 위해서는 공간을 제공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거기에서 나온 작품을 다시 전시관에서 전시할 수 있는 선순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그들이 작가로서 성장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더: 과장님은 의정부미술도서관 건립 과정에서 건축공학 석사 과정에 진학, 현재는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의정부미술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전 세계 91곳의 해외 도서관을 방문하셨는데요, 박영애 과장님만의 예술도서관 운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박: 저희 미술도서관이 특별하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기존에 한 분야에 이렇게 집중된 도서관 역할을 하는 도서관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도서관의 핵심 가치를 공공성이라고 생각는데요, 미술도서관 같은 전문 도서관 역할을 하는 도서관을 만들 때는 공공성을 통해 시민들의 성장을 지원해야 합니다.
공공재 플랫폼으로서의 도서관을 통해 한 명의 작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였을 때부터 성년이 되어서까지 저희 도서관에서 활동을 경험하고 실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속성과 연속성을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기존 도서관 프로그램은 상당히 단절된 형태이기도 해요. 그냥 1년 코스 아니면 상반기 코스, 이런 식으로요. 그게 아니라 한 사람의 성장을 지원하고 실제 활동을 통해서 그 사람뿐 아니라 도서관까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의 철학이 베이스에 깔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더: 해외 도서관의 변화 방향이나 주목되는 흐름이 있다면요?
박: 제가 해외 도서관에서 얻었던 경험에서 각 국가별로 변화를 읽어내기는 어려운데요, 다행스럽게 싱가포르 도서관은 그 변화를 좀 경험할 수 있었어요. 15년 동안 여섯 번 방문하면서 도서관의 변화를 경험했는데,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라는 특성이 있거든요.그런 특성 때문에 단독 건물의 도서관이 24개 도서관 중 4개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도서관의 서비스를 IT서비스와 접목해 굉장히 빠르게 변화를 이어가더라고요. 제가 2004년에 방문하고 10년 만인 2014년에 다시 방문한 어느 도서관은 사서가 서비스하는 데스크가 아예 없었습니다.
무인 도서관인가? 사서 없는 도서관인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고, 사서랑 연결될 수 있는 콘택트 포인트는 화상으로 가능하도록 되어 있고 실제 화상을 통해 사서를 호출해 만날 수 있게 되어 있었죠. 제가 느꼈던 건 정보화라는 어떤 시스템이 도서관 운영의 편의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사서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측면으로 사용된 것 같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국내의 어떤 서비스 데스크는 사서들이 단순 업무에 매이게끔 만드는 요소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미술도서관 개관 준비를 하던 2019년 다시 싱가포르를 방문했는데요, 다녀와서는 각 층에 두었던 서비스 데스크를 하나로 축소하고 실제 서비스 데스크에서는 단순 업무를 다 배제하는 것으로 변경했어요. 도서관 내에 사서가 앉아 있지 않아도 각 공간에서 도서관 서비스의 손길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사서의 역할이 아닐까 싶은 거죠. 국내 도서관들도 바뀐 공간에서 사서의 역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도서관의 본질이 책이라는 걸 2022년에 다시 깨닫게 되었어요. 도서관에서 책의 본질을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연출을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 보통은 공간을 예쁘게 만드는 것에 주목하는 것 같아요.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시민들과 어떻게 잘 연결해줄까 하는 관점에서 공간을 사용해야 되는데, 공간부터 만들어놓고 책은 과거와 다르지 않은 서고 형태로 똑같이 둔다면 공간 개방에 큰 의미를 못 찾게 된다는 거죠. 책이 먼저고 이 책을 어떻게 시민들에게 잘 연결하고, 전달하고, 잘 보여줄까가 더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최근에 다시 하게 됐어요. 도서관의 본질로 돌아가자, 이런 얘기를 요즘 하고 있습니다.
더: 사서분들 중에도 예술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은 후배들이 있을 듯한데요, 예술사서가 갖춰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 각 지역에 도서관이 새로 생기면 특별한 역할을 담기를 원하잖아요. 의정부시에는 여섯 개 공공도서관이 있는데 의정부시 사서들이 순환 보직을 받고 업무를 수행하게 돼요. 그래서 저희도 특별히 미술에 소양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보지 않고 순환 보직하는 기준으로 사서들이 도서관을 이동하게 되죠. 사서가 미술도서관에 오면 이 분야에 대해 본인이 스스로 집중적으로 스터디를 하고, 배우기 위해서 출장을 가고, 교육을 받으러 다닙니다. 그 부분에서 저는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죠. ‘나는 미술적 소양이 없어서 못 할 것 같아’라는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요, 전문성의 깊이를 어디까지 둘 거냐가 어떻게 보면 중요한 기준이라고 보거든요.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미술도서관의 중심 역할은 사서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획의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아까 말씀드린 공공재 플랫폼으로서의 역할과 범위를 결정해놓으면 그 범위 내에서 그 역할을 위한 전시를 하게 된다는 거죠. 사서들은 많은 책 속에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잖아요. 그 간접 경험을 통해서 이 업무를 맡게 되면 스스로 역할을 끄집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특별히 전문적인 소양을 갖고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걸 저는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더: 지금 박사 과정 논문을 집필 중이신데요. 공부를 하려는 후배 사서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말씀 부탁드려요.
박: 일반 대학원을 다니는 것은 사실 그렇게 쉽지는 않아요. 실제 업무 시간에는 학업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없거든요. 퇴근 이후에 잠을 줄일 수밖에 없죠. 논문을 쓸 때는 거의 두세 시간 정도만 자고 논문을 써요. 논문 쓰고 나면 쌍꺼풀이 하나씩 생기더라고요.
도서관 건축 논문을 쓸 때는 기존의 논문과는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현장에 있는 사서가 쓰는 논문이기 때문에 현장의 생생함이 조금 더 담겼으면 좋겠다 싶었죠.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북유럽을 다녀왔어요. 논문에 사례 대상으로 들어가는 도서관들을 제가 직접 보지 않고 그걸 분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을 했어요. 도면만 갖고는 읽어낼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국내 도서관과 국외 도서관을 비교하기 위해 틈틈이 시간을 내서 도서관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논문의 주제는 공간의 중심성에 관한 것이에요. 언제부턴가 도서관의 역할이 확장되면서 그 확장된 역할을 다양하게 연출하기 위한 공간 구조로 외국 사례를 많이 적용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예전 우리나라 도서관의 역할은 공부방 중심이었는데 외국은 그렇지 않잖아요. 공간에서부터 그 출발점이 달랐던 거예요. 문체부에서도 개방형 공간으로 도서관을 만들라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획일화되는 문제가 있긴 하죠. 그래서 이 공간 중심성에 대한 것을 해외 사례로 분석하는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도서관이라는 계획이 처음 나온 고대 도서관부터 도면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을 연대별로 분석했어요. 현재 이 도서관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기원이 되는 출발점부터 쫙 연대기적으로 분석을 계속했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보니까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지금 들어오는 사서들은 지금 이 시점부터 도서관을 이해할 것이고, 90년대에 들어온 사서들은 그 시점부터 도서관을 이해할 것이잖아요. 저는 다행스럽게 70년대부터 도서관을 경험했어요. 그러니까 70년대에 공부방으로 도서관을 다녔거든요. 공공도서관의 역사를 경험으로 터득하는 것이 중요해요. 학교에서 배운 이론은 금세 잊어버리기 쉽고, 사서라는 직업으로 실제 현장에 나온 그 순간부터 도서관의 역사를 터득하기 시작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저는 도서관의 시작점부터 쭉 도서관의 변화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거죠.
더: 사서로서든 일반 시민으로서든, 과장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필요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박: 모든 것에 다 관심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관심이 없으면 에너지가 생기지 않잖아요. 해보고자 하는 용기도 안 생기고요. 일단 관심이 있어야 뭔가 시작할 수 있는 단초가 되는 것 같아요. 관심이 없으면 시작이 안 되죠. 관심으로 시작된 그 에너지로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관객들에게 이번 전시의 콘셉트와 관람 포인트를 미리 알려주신다면?
박: 의정부미술도서관은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도서관입니다. 꼭 책을 보러 오지 않아도, 공간이 작품이 되고 책이 작품이 되는 도서관이기도 하고요. 이번 <신사실파, 책 위에 내려앉은 그림> 전시는 그런 콘셉트를 가지고 준비했습니다. 이규상,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 백영수 등 신사실파 화가들이 참여한 책 표지화와 관련된 책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중섭, 김환기 선생님처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작가도 계시지만, 의정부시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신 백영수 선생님도 같은 반열의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 장욱진 선생님들과 같이 활동했던, 앞으로 더 큰 조명을 받으실 수밖에 없는 백영수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작품을 통해 감동과 함께 따뜻한 마음까지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영애_경기도서관 도서관운영팀장
현재 경기도서관 도서관운영팀장이다. 의정부미술도서관 과장을 역임했다. 10개국 91개 해외 도서관을 탐방하며 도서관 공간의 변화를 깨달았다. 국내 최초로 미술, 음악을 결합한 전문 도서관을 개관했다. 28년차 사서이며, 공간 디렉터가 되기 위해 건축공학 박사 과정도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도서관, 건축에 길을 묻다》(경기도총서22, 경기도사이버도서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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