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에서 멈춘 시선, 바다로 향한 시선우리나라 도서관 중에서 가장 감동스러웠던 도서관은 부산 영도에서 만났던 해양도서관이었다. 시설이 엄청나거나 책이 감격스러울 정도로 많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국립해양박물관에 아직 초등학생이던 두 아들을 데리고 갔는데, 바다에 대한 도서관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감동했었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 번
‘Prince Suhr’, 잊힌 흔적을 발견하다 프린스턴대학교는 미국의 독립 이전에 세워진 아홉 개의 대학 중 네 번째로 1746년에 세워졌다. 서울대학교의 개교가 1946년이니까 정확하게 200년 차이가 나는 2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통 30년을 한 세대로 치는 기준으로 세어보면 아홉 세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고, 프린스턴대학교가 개교했
사람들은 여전히 바둑을 둔다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다. 인간의 직관이 마지막까지 지킬 성이라 믿었던 영역이 무너진 사건이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여전히 바둑을 둔다. 프로기사라는 직업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아주 작은 변화가 생겼다. AI로 복기하는 바둑기사가 생겼고, AI가 바둑 선생 역할을 하고 있다. 승부의 세계는
“여자는 수학을 못 하고, 시를 못 쓴다”는 젠더 편견수학과 시의 공통점이 있을까? 세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젠더 편견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10년 전만 해도 여성은 수학을 잘 못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다양한 종류의 수학 포기자, ‘수포자’가 존재한다. 교육 현장에서 여학생은 수학에 약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게 참 이
첫 페이지의 중력: 왜 우리는 고전 앞에서 번번이 멈추는가누구나 집 안 책장 한구석이나 도서관 서가에 묵직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책 한 권쯤은 품고 산다. 오랜 세월을 버텨낸 가치와 깊이를 알면서도, 빽빽한 문장과 방대한 분량에 눌려 끝내 마지막 장을 넘기지 못한 거대한 고전들이다. 독자들은 이 다가서기 어려운 책들을 친숙함과 두려움을 담아 ‘벽돌책’
서점이 사라지는 시대얼마 전 한국에서 전해진 한 소식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서울 서촌에서 운영해온 작은 독립서점 ‘책방오늘’이 문을 닫았다는 뉴스였다. 건물 매각 이후 달라진 임대 여건을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고 한다. 7년 전 프린스턴대학교의 초청으로 방문해서 낭독회를 했던 작가의 모습을 기억한다. 당
AI 시대에 책을 쌓아놓고 읽는 힘“혹시 여러분,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보셨나요?”서울에 있는 중앙중학교에서 〈라스트 사무라이〉에 대해서 물어봤다가 아차 싶었다. 강연에서 언제나 필승 공식이었던 영화였지만, 지금 중학생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혹시 톰 크루즈는요?” 톰 크루즈, 알 리가 없었다.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미션 임파
아이의 질문, 사서의 고민“아빠, 사서는 무슨 일을 해?”“그게…… 그러니까…… 어떤 사서는 세상의 수많은 책 중 자기 도서관에 꼭 필요한 것을 골라내고, 어떤 사서는 그 책을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기록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사람들이 공부하다 막힐 때 길을 찾아주기도 하고…….” 주제사서라는 직업상 학생이나 연구자들로부터 까다로운 질
“사서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책을 구해줄게”사서에 대한 가장 강렬한 기억은 박사 공부를 하던 시절에 생겨났다. 유럽에는 도제식 박사 수업이 있었는데, 아마 내가 그런 도제식 수업을 한 거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논문을 쓰던 초기, 지도교수와 2주에 한 번씩 만나 지도를 받았고, 논문에서 다루어야 할 고전을 한 권씩 읽어가고 그걸 교수에게 설명하는
2024년 1월, 미국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앞두고 ‘투표하지 말라’는 전화가 수만 명의 유권자에게 걸려왔다. 문제는 전화의 목소리가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의 목소리였다는 점이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동급생 얼굴을 합성한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으로 유통하다 적발되었다. 이즈음부터 유명인을 대상으로 합성 미디어를 제작한 사기 광고,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