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verary 석학 인터뷰는 우리 시대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을 모시고 삶과 독서에 관한
풍성하고도 깊이 있는 경험과 철학을 나누고자 기획했다.
2024년의 첫 석학 인터뷰에서 만난 분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다.
최인철 교수는 심리학자로 14년째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고,
2022년 정신건강 관리 스타트업 ‘굿라이프랩’을 창업했다.
서울대 공과대 입학 후 심리학이 좋아서 재입학했고,
심리학에서 배운 인생의 지혜를 풀어낸 탁월한 교양서 《프레임》을 출간하기도 했다.
연구 활동, 저서 집필, 실천 등 모든 분야에서 노력하는 최인철 교수에게 서울대 학생들의 행복은 물론
모든 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철학을 들어보았다.
“개인의 정신건강은 곧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최인철 교수를
더라이브러리가 만나 인터뷰했다.
"요새 우리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말을 참 많이 씁니다. 대표적으로 명상을 떠올리잖아요.
특정한 명상 기법이 물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명상에서 얻으려는 게 뭐냐면 현재에 머무는 것, 머릿속에서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없애고
오직 현재에 집중하는 상태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게 마인드풀니스의 중요한 목표인데
독서를 통해서 그런 걸 경험할 수가 있죠. 독서를 하면서 그 순간에 빠져 들어가는 겁니다."
[영상 개요]
00:39 첫째: ‘행복’이라는 주제와의 첫 인연
02:44 둘째: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05:33 셋째: 행복의 수치화
07:57 넷째: 책과 독서 그리고 행복의 상관관계
10:18 다섯째: 도서관이 행복해지는 공간이 되려면?
12:14 여섯째: 행복해지는 책 추천
15:49 일곱째: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교수님만의 루틴
[인터뷰 내용]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세 가지 요소
더라이브러리(이하 ‘더’): 교수님과 행복이라는 주제와의 첫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최인철(이하 ‘최’):행복 연구를 직접적으로 하게 된 계기와 행복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좀 다릅니다. 행복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실 제가 공과대학으로 입학을 했어요. 공대를 다녀보니까 저하고 적성이 잘 맞지 않아서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재미가 없고 행복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할 때 그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를 경험하고 나서 전공을 바꿔야겠다 결심했고, 학력고사를 다시 보고 심리학과에 입학했어요. 그 뒤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때 그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 상태가 중요하다는 것은 늘 마음에 갖고 있었죠.
행복 연구를 직접 하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행복연구센터라는 연구소를 같이 만들자, 본인은 기부를 하겠다, 그렇게 제안을 해주신 교수님이 계셨어요. 저는 연구를 하고 그 연구에 기초해 행복 수업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초등학교에까지 보급하는 일을 같이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고민 끝에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서 행복 연구를 하게 되었죠.
더: 답이 없는 얘기겠지만,그래서 답을 찾으셨나요?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요.
최:사람들이 끊임없이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행복 자체와 행복의 조건을 계속 왔다 갔다 섞어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늘 그 질문을 던지는 것 같거든요.
사람들마다 행복을 경험하는 조건은 다를 수가 있어요.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 행복하다, 나는 라떼를 마실 때 행복하다, 나는 바다에 갈 때가 행복하다, 이렇게 다 다르죠. 그러면 ‘사람들에게 공통된 행복의 정의라는 게 있을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닌 거 같은 거예요. 지금 얘기한 것들은 행복의 조건이니까. 내가 아메리카노를 마시든 라떼를 마시든 그때 경험하는 어떤 그것, 그 주관적인 경험을 우리가 행복이라고 부르니까 그것을 정의 내리면 되겠죠. 그래서 그 정의 내리는 작업을 여러 사람들이 해왔는데, 의견이 다 다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추출되는 몇 개의 요인이 있다는 겁니다. 행복의 본질 속에 하나의 요인만 있는 게 아니라 몇 개의 요인이 있다는 걸 알고 나면 훨씬 편해져요. 그래서 그 요인이 뭔가 봤더니 우선 와! 진짜 행복하다, 라고 느낄 때의 강렬한 경험은 ‘만족한다’라는 거예요. 이거 너무 좋다, 만족한다, 그게 중요한 거죠. 아무리 객관적으로 좋은 걸 경험해도 기대에 못 미치면 별로다 그러잖아요.아무튼 내가 만족하고 있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에요. 또 하나는 ‘기분이 좋다’예요. 행복한데 기분이 나쁠 수가 없잖아요. 기분 좋음의 종류는 다를 수가 있어요. 어떤 사람은 막 신난다, 어떤 사람은 평온하다, 또 어떤 사람은 영감을 느낀다, 감사를 느낀다······. 그러니까 감정의 종류는 다를 수 있지만 그 감정의 공통점은 뭐냐 하면 ‘좋은 기분’이라는 거죠. 이게 이제 두 번째 요소입니다.
또 우리가 진짜 행복하다고 할 때는 예를 들면 내가 어려운 걸 해냈다, 의미 있는 걸 해냈다, 할 때의 어떤 의미 경험을 했을 때예요. 아 이게 되게 가치 있는 건데 내가 해냈어, 라고 할 때죠. 그러니까 만족, 좋은 기분, 의미, 이 세 개가 행복의 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행복 경험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라고 얘기를 해요.
그래서 행복이 뭐냐고 질문을 받으면 조금은 더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아, 행복은 여러 가지 각자 다른 걸 경험하겠지만 그 결과로 만족하고 기분이 좋고 그리고 의미 있다는 경험을 하면 그게 행복입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겁니다.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 바꾸기
더:어떤 클라이언트가 교수님을 찾아와서 “나 진짜 행복이 뭔지 모르겠는데 행복을 한번 경험하고 싶다”고 한다면 교수님은 지금 말씀하신 이야기를 해주실까요? 아니면 조금 더 구체적인 처방이 있을까요?
최: 조금 더 쉽게 설명을 해줄 수는 있겠죠. 근데 그것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 그 사람의 나이 등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굉장히 힘들게 삶을 살고 있고 늘 먹을 것을 고민해야 하는 분이라면 ‘식구들하고 아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 그게 행복이라고 얘기하겠죠. 뭔가 목표를 세워놓고 그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안 되고 있는, 고투 중인 사람은 ‘행복은 작지만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얘기를 하겠고요. 자녀들을 다 키우고 노년기에 접어든 부부에게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에 대한 보람과 자식들이 잘 살고 있다는 걸 느낄 때 경험하는 만족감 같은 게 행복일 거예요.
또 어떤 사람은 늘 고민이 많아요. 어떤 성격적인 이유로 우울하고 마음이 불편하고요. 그 사람에게는 맛있는 거 먹을 때가 아니라 마음이 평온할 때,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걱정이 다 사라지고 아주 고요한 상태에 있을 때가 최고의 행복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행복의 색깔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지금 가장 불행한 연령층을 생각해보면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층, 또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그렇게 뭔가 어려운 경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아직 여물지 않은 젊은이들일 것 같아요. 그리고 노년층도 어려움이 많죠. 어르신들이 나이 들어 일도 못 하고, 자식들 이혼율도 높고, 캥거루족도 많고······ 평안한 노후가 아닐 거 같아요. 이렇게 외부적인 요인들 때문에 행복을 느끼고 싶은 욕구가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상을 해야 할까요,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할까요?
최:십대들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데이터로도 증명이 돼요. 그중에서도 십대 여학생은 정신건강 측면에서 위기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요, 특히 스마트폰 보급으로 SNS 활동들을 많이 하게 되면서 남들과 쉽게 비교하게 되고 관계에서 어떤 갈등이나 따돌림 같은 게 생기는 거예요.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학교에 갔을 때만 친구들과 다툼이나 갈등이 있는데 이제 24시간 그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근데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에게 훨씬 더 자주 있는 일이라 십대 여학생들은 그게 굉장히 심각합니다. 자해도 많이 하고 우울증도 급증하고 있고요.
어떻게 해야 되나, 솔루션은 딱 하나만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우선 해드리고 싶은 말은, 인내심을 가지고 삶을 내다보는 관점(perspective)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성인이 되면 지금의 일이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생각을 잘 안 하잖아요.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십대 때는 지금 망치면 계속해서 망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사람들의 행복은 10대, 20대를 지나면서 바닥을 쳤다가 40대를 거치고 50대 중반이 되면 이렇게 U자 형으로 올라갑니다. 그래서 길게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조금 긴 안목으로 인내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그 다음은 원론적인 얘기지만 SNS 활동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한데요, 도움이 되는 활동들이 있어요. 운동하는 거, 야외로 나가는 거, 친구들과 페이스 투 페이스로 시간 보내는 거, 식구들과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일들이 급격하게 줄었거든요. 이런 일들을 복원시키지 않고 마음만 먹어서 행복을 회복한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에요. 그래서 그런 활동들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 대학을 못 가면, 혹은 이 학과를 못 가면 영원히 내가 하고 싶은 걸 못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인생은 그렇게 작동하질 않잖아요. A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B학과에 들어간 다음에 A학과 공부를 한다든가요. 기회가 열려 있는데도 길이 좁다고 생각하는 거를 좀 바꿀 필요가 있어요. 좀 꼰대 같은 얘기긴 한데 너무 정답이라서 말씀을 드리는 거고요.
어르신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행복감이 U자 형태로 올라갑니다. 왜 올라가느냐, 그분들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잖아요. 죽음을 늘 인식하면서 살아요. 그러면 과거에 중요했던 것들이 덜 중요해지고 진짜 중요한 것이 뭔지에 대해 생각이 바뀌는 거예요. 과거에는 많은 걸 이루고 더 확장하고 이런 게 삶의 목표였다면, 지금은 매 순간 즐겁고 의미 있게 사는 게 삶의 목표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 즐겁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뭐가 제일 필요한가, 하고 봤더니 ‘나를 괴롭게 하거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안 만나는 것’인 거예요. 그러니까 네트워크의 변화가 일어나요. 가까운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불필요한 만남은 그만두기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인생의 업 앤 다운을 여러 번 겪어온 어르신들은 소위 자기만의 철학이 생기기 시작해요. 안 좋은 일이 생겨도 그걸 지나치게 안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지 않는 눈이 생겨나는 거죠. 그래서 평균적으로는 나이가 들면서 행복감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나이가 들었는데도 행복감이 안 올라가는 분들의 성격적인 특징은 친절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런 분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떠나가기 시작합니다. 외로움을 느끼게 되죠. 그 외로움은 내가 오해받고 있다, 사람들은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분노로 이어지고, 이래서 행복감이 떨어지게 돼 있어요. 그래서 그런 요인들은 스스로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요.
행복연구센터와 굿라이프랩
더: 행복연구센터는 2010년에 설립하신 거고, 그 이후에 창업하신 게 스타트업 ‘굿라이프랩’이죠.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어떤 배경과 철학이 있는지, 이용하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최:행복연구센터는 서울대 안에 있는 연구소이고요, 굿라이프랩은 제가 만든 조그마한 스타트업입니다. 연구소는 15년 됐고 굿라이프랩은 지금 2년 됐습니다. 연구소에서 하고 있는 일들 중의 하나는 행복을 체계적으로 배워보자는 거예요. 다들 행복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행복이 무엇인지, 행복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은 뭐가 있는지, 나이가 들면 행복이 어떻게 되는지, 이런 것들을 우리가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 전부 우리의 시행착오에 맡겨놓잖아요. 만약에 우리 모두가 행복이 중요한 가치라고 인정한다면 이거를 왜 안 가르칠까? 수학도 가르치고 국어도 가르치고 요즘 AI도 가르치고 코딩 등 온갖 것들을 가르치는데요. 그 모든 것들을 배우는 궁극적인 이유를 물어보면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얘기하는데, 정작 행복에 대해서는 안 가르친다? 그래서 행복이라는 걸 교과목으로 해서 가르쳐보자, 해서 저희 연구소에서 하게 되었죠.
스타트업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리 사회에서 행복이 진짜 필요한 분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일하는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그 직장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뭔가 서비스를 해드리면 좋겠다, 라고 해서 만든 회사예요. 직장인들 혹은 일반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까, 그 첫 번째는 진단과 측정이라고 판단했어요. 행복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내 상태를 한번 진단해봐야 되잖아요. 건강검진 하듯이요. 행복 검사, 번아웃 검사 등 일상과 직장에서의 행복도를 체크하는 검사를 할 수 있죠. 그런데 극소수 사람들만 마음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정신과나 심리상담소에 가서 검사를 해요. 아니면 MBTI처럼 굉장히 근거 없는 재미 위주의 검사를 하고요.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는지 심리 상태를 측정해야 해요. 굿라이프랩은 정기적으로 마음에 대해 검진을 하자, 해서 검진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고 있지요.
그렇게 검진을 하고 난 다음엔 뭘 할 거냐. 행복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실천하는 것이거든요.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알고는 있는데 실천을 못 한다는 것도 큰 문제인데, 그러면 어떤 조건에서 우리가 실천을 가장 잘 하는가 한번 생각해보는 거예요. 우리는 언제 실천을 잘 하나요? 진짜 내가 이거 안 해가지고 큰 피해를 봤다, 내가 아파봤다, 죽을 뻔했다, 이러면 실천을 잘 합니다. 근데 누구를 아프게 하거나 피해를 입힐 수는 없으니까 그런 경우를 빼고 누가 실천을 잘 하나 생각해보면 실천할 만한 여건이 잘 갖춰져 있는 사람이에요. 집 밖에 나가면 체육관이 있고, 도서관이 있고, 이런 환경을 잘 만들어주는 거죠.
그다음에 또 하나, 그렇게 하라고 매일 잔소리를 해주는 누군가 옆에 있을 때 실천할 가능성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굿라이프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매일매일 행복에 도움이 되는 습관들을 넛지(nudge) 해드려요. 이런 거 해라, 이런 건 하지 말아라, 매일매일 잔소리해주는 몇 가지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전체적인 서비스는 진단을 해주고 그다음에 그거에 맞는 솔루션을 드려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솔루션 외에 회사 차원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측정하는 것, 어렵지 않다
더: 행복은 굉장히 주관적이고 굉장히 복잡하고 파악하기 힘든 감정인데요, 그걸 어떤 식으로 특정하고 수치화하는지, 그리고 첨단기술이나 AI의 발달과 연관되어서 조금 더 정교해지는 게 있는지, 그런 부분까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최: 그건 엄청난 챌린지죠.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측정할 수 있느냐. 근데 또 한편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는 그런 것들을 수치화하고 뭔가를 측정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요.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 물어보죠.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것도 측정입니다. 둘 중에 뭐가 더 좋은지를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가 좋아”, 이렇게 대답하면 “엄마가 얼마만큼 좋아?”라고 그 정도를 물어봐요. 아직 숫자 개념이 없는 아이들은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요”라고 말하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1부터 10까지 중에서 넌 어느 정도 좋아?” 이렇게 물어봐요. 그러면 “10만큼 좋아”, “7만큼 좋아”, 그렇게 대답해요. 그게 측정이에요. 사실은 주관적인 것의 절대값을 측정하는 건 불가능해요. 왜냐하면 절대기준이라는 게 없잖아요. 그럼 뭘 측정할 수 있느냐. 상대적인 정도는 우리가 보고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아빠는 10만큼 좋지만 엄마는 7만큼 좋다, 빵은 6만큼 좋아하지만 커피는 5만큼 좋다, 이렇게 측정하는 겁니다.
그러면 변화를 알 수가 있잖아요. 과거에 비해서 내가 이만큼 좋아졌구나, 이 나라 사람이 저 나라 사람보다 이 정도 행복하구나, 이렇게 수 있는 거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측정이 어려운 작업이 아니에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측정을 한다면 키나 몸무게를 재듯이 절대값이 있는 걸 측정한다고만 생각하는데, 우린 늘 그런 질문을 하잖아요. 연인끼리 “나 얼마만큼 좋아해” 한다든가. 그렇게 따지면 측정은 도전적이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니고, 또 측정하는 방법들이 잘 개발돼왔어요.
AI 같은 게 생기면서 이제 챌린지는 이거죠.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고 얼굴 표정이나 스마트폰으로 사용한 어떤 기록들이나 데이터를 가지고도 내 행복의 정도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그런 것을 찾는 게 앞으로 남겨진 도전이고, 그 이전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자기 보고 방법은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독서와 행복의 상관관계
더: The Liverary는 주로 도서관 이용자나 사서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이고 책과 독서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하거든요. 관련해서 질문을 드리면, 책과 독서 그리고 행복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최:저는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고 봐요. 행복은 우리에게 외적으로 주어지는 경험과 그 주어진 것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인 반응의 함수잖아요. 객관적으로 조건이 좋다고 할 때, 그렇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에요. 주관적으로 거기에 대한 반응이 안 좋으면 행복한 게 아니니까. 우리의 주관적인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은 굉장히 많이 있겠죠. 그중의 하나가 독서입니다. 독서를 통해서 다양한 반응의 양태들을 공부할 수가 있게 되는 거예요.
내가 만나보지 못한 어떤 캐릭터들의 어떤 반응 양태를 보면서 이거는 좋은 게 아니구나, 이거는 굉장히 좋은 거구나, 내가 생각한 옵션만 있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그렇게 알게 되는 거니까. 독서는 내가 반응할 수 있는 레파토리를 넓혀주고 그중에서 좋은 거를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중요하죠.
그 다음에 또 하나는, 요새 우리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말을 참 많이 씁니다. 대표적으로 명상을 떠올리잖아요. 특정한 명상 기법이 물론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명상에서 얻으려는 게 뭐냐면 현재에 머무는 것, 머릿속에서 과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없애고 오직 현재에 집중하는 상태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게 마인드풀니스의 중요한 목표인데 독서를 통해서 그런 걸 경험할 수가 있죠. 독서를 하면서 그 순간에 빠져 들어가는 겁니다. 그러면 그 순간만큼은 마치 마인드풀니스 트레이닝을 받을 때처럼 집중하게 돼 명상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저는 믿는 편입니다. 특히 그렇게 읽은 것을 자기 말로 써내려가는 것까지 결합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읽고 쓰는 것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는 모두가 해야 하는 핵심적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교수님 유튜브 채널 보니까 독서하기 위해서 이런 환경을 만들어라, 그런 콘텐츠가 있더라고요. 그거랑 비슷한 얘기일 수 있는데요, 도서관을 국민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게 만드는 공간으로 만들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을 말할 때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죠. 버스 안에서도 공부하고, 지하철 안에서도 공부하고, 어디든 책을 가지고 가서 읽는 사람. 이게 우리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예요. 그런 사람이 일부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에는 책을 안 읽어요. 그런데 어느 장소에만 가면 책을 읽고 싶은 충동을 느끼죠. 종교가 없는 사람이 경건한 성당에 들어가면 ‘여기서 기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멋지게 장식된 술병을 보면 나도 한잔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요.
저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모아놓는 것만으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거는 좀 아니라고 봐요. 그 도서관에 가면 이상하게 책이 읽고 싶더라, 이렇게 독서에 대한 충동을 일으키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도서관은 보유한 장서 수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책을 읽도록 유혹하는 매력적인 공간인가,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만약에 그런 도서관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면 국민의 행복에 크게 기여할 거라고 믿고, 그런 점에서 저는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국민 행복의 최전선에 있는 아주 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더 라이브러리에서 특별히 교수님을 모신 이유는 책과 독서를 이용한 맞춤형 행복 솔루션을 제공해주셨으면 해서인데, 독서가 행복의 큰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힘들 때마다 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꺼내볼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다고 하셨는데, 그런 책으로 교수님이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최: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이라는 유태인 정신과 의사를 대부분 알고 계실 거예요. 그분은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나치 수용소에 수감이 됐고, 거기서 가족을 다 잃고 본인도 죽을 뻔했는데 운 좋게 살아나셨죠. 근데 수용소 안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은 죽었고, 어떤 사람은 잘 이겨냈고, 어떤 사람은 살아 있지만 삶을 포기한, 다양한 인간들을 본 겁니다. 그래서 이 차이는 무엇을 만들어내는가 고민하면서 개발해낸 심리치료가 의미치료라고 하는 건데요, 그 의미치료의 핵심이 그분의 이 말 속에 들어가 있어요.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자극이 오면 바로 반응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자극이 왔지만 이거를 달리 해석하고 반응을 다르게 할 수도 있는 거죠.
이 공간의 깊이와 넓이가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 건지를 결정한다는 게 빅터 프랭클의 주장인데,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있는 이 공간을 뭐가 결정하느냐 할 때 저는 책이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빅터 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보면 그분의 사례가 굉장히 많이 나와 있어요. 근데 그 책이 미국 국회도서관에서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가장 영감을 많이 준 책 10권 중 하나로 선정됐어요. 이런 것도 한 예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저 같은 경우는 늘 머리를 써야 되는, 즐겁지만 피곤한 일을 하거든요. 곤란한 자리에 갈 때도 있고요. 예를 들면 축사나 ‘한말씀 해주세요’ 이런 부탁을 받는 자리는 참 불편한데, 무슨 얘기를 할지 좀 막막할 때 즐겨보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장석주라는 작가가 있는데 엄청난 독서가예요. 그리고 기억력도 대단히 좋아서 이분이 책에서 인용하는 다른 책들의 문장들을 보면 어마어마하죠. 그런 문장들을 따로 정리해놓는 게 아니라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에요. 그분의 책 중에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라는 글쓰기 책이 있는데, 저한테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 아니라 인생에 관한 책으로 읽혀요. 그래서 빨리 뇌를 돌려야 하거나,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을 받고 싶을 때 그 책을 꺼내서 봅니다. 이제는 거의 너덜너덜해졌죠.
행복을 위해 진짜 중요한 것
더:교수님께서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시는지, 그 순간 떠오르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들을 묘사해주시면 좋겠어요.
최: 단 하나의 어떤 특정한 순간을 얘기하기는 어렵죠. 행복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까. 예를 들면 내가 쓴 논문이 좋은 저널에 게재 확정됐을 때 엄청난 행복을 느끼고, 운동할 때 초반의 힘든 시간 30~40분을 이겨내고 원하는 만큼 운동량을 달성한 후의 쾌감을 맛볼 때도 굉장한 행복을 느끼죠. 가족과의 관계도 정말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식구들과 같이 식사할 때, 대화를 나눌 때, 딱히 보고 싶지는 않지만 TV를 보는 가족과 함께하며 즐겁게 웃는 식구들을 볼 때, 이런 것도 큰 행복을 줍니다. 그러니까 다양한 맥락에서 행복감을 많이 느낍니다.
더:교수님은 최근 건강상의 문제를 겪으셨죠. 그 이후에 좀 회복되고 나서 인터뷰 수락을 해주셨는데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시고 나서 어떤 마음이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최: 작년 5월에 급성심근경색이 왔어요. 그래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조금만 지체했으면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평소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담배 피우지 않고, 술도 조금 마시는 정도고,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하고, 심지어 행복을 연구하고 강의하잖아요. 그런 제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심혈관 질환을 겪는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근데 당시 제가 창업한 회사 일을 하면서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한 종류와 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면서 한두 달 동안 잠을 잘 못 잤어요. 불면은 우리 몸에 엄청 안 좋은 거거든요. 그게 누적이 되면서 어느 날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이제 깨닫게 된 게 뭐냐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 지금 마음 상태를 잘 관리하는 것은 럭셔리의 문제가 아니다. 하면 좋고 안 해도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안 하면 죽을 수도 있다’라는 거죠.
지금은 그 질병으로부터 회복하는 과정에 있고, 정신적으로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정말로 중요한 게 뭔지 선명해지고 있죠. 진짜 중요한 사람은 누구이고 진짜 중요한 일은 뭔지 선명해지면서 우선순위가 조금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큰 소득이에요. 심근경색은 경험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저에겐 진짜 삶이 바뀌고 있는 그런 경험을 했다 싶습니다.
더: 마지막 질문인데요, 매일 행복을 위해 난 이걸 꼭 빠짐없이 한다, 라는 게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최: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더 지키려고 하는 게 있어요. 단순하게 살아야겠다. 불필요한 일은 하지 않는다. 제가 대학에 있고 의도는 안 했지만 조금 알려지게 되니까 여러 모임이 있거나 초대를 받는 일들이 많습니다. 전에도 잘 안 갔지만 이젠 정말 안 가야겠다, 삶을 더 단순하게 살아야겠다는 게 큰 원칙이 되었죠. 그다음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군가 봤더니 가족인 거예요. 그래서 가족과 좋은 시간 보내고 가족에게 진짜 잘 해야겠다, 그게 제가 또 노력하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또 하나, 스트레스 관리를 여러 가지로 할 수도 있지만 저한테 잘 맞는 운동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죠. 그전에도 운동은 열심히 했는데 진짜로 운동만이 살 길이다 싶어요. 심근경색의 충격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외에 뭐 더 하거나 덜 하면 좋을지는 계속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글로 정리한 인터뷰 내용에는 더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정리: THE LIVERARY 에디터팀
최인철 교수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센터장이며 ‘굿라이프랩’ 대표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입학한 후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를 파헤치는 심리학이 좋아서 심리학과에 재입학했다.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사회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및 국제학술지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Associate Editor를 역임했다. 과학적 실증을 기반으로 한 인간과 사회 심리 탐구, 더 나은 삶과 행복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03년 한국심리학회 소장학자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굿라이프》 《프레임》 《아주 보통의 행복》이 있으며, 역서로는 《생각의 지도》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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