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다 먹고 나가려던 뭉구가 살짝 열어놓은 철문과 문틀 사이 틈이 좁아 나가지 못하고 문에 몸을 비비고 있다. 문을 활짝 열어주니 뭉구가 놀라서 화단 쪽으로 도망갔다. 나가려던 게 아니었는지 밥그릇 쪽으로 가서 다시 밥을 먹는다. 뭉구는 이곳에서 밥을 주기 시작한 첫 고양이다. 이곳은 시골집을 개조해서 만든 책방 겸 카페다. 낡은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영상 ⓒ한여진 깎지 않는 연필 ‘깎지 않은 연필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다.’(《연필 깎기의 정석》, 데이비드 리스 지음·정은주 옮김, 프로파간다, 33쪽)연필을 깎기 위한 각종 도구와 방법과 상황과 마음가짐으로 가득한 데이비드 리스의 위 책은 그러나 흑연이 드러나지 않은 연필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는다. 사물로서의 연필의 목적은 무언가를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