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Fi 영화가 그리는 미래 사회는 어떠한가. 경고인가 충고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도서관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영화 속 미래 사회에서 도서관은 어떻게 그려질까. 단순히 공간으로서의 도서관보다 인류의 지적 활동을 생산 수집하고 보존 제공하는 사회적 역할이 어떻게 표현될까 궁금해진다. 나아가 그것은 현재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도 알고 싶어진다. 이런 생각의 흐름을 몇몇 영화를 예로 들어 살펴본다.
도서관의 존재 가치를 결정하는 지적 탐구자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로봇 앤 프랭크>1)에서 프랭크는 지역 도서관에 있는 거의 모든 책을 읽은 노인이다. 치매를 앓고 있어 읽은 책을 또 읽으며 날마다 도서관에 간다. 입구 데스크에 앉아 반가이 인사를 건네는 사서 제니퍼는 프랭크에게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책을 골라주기가 어렵다며 서가로 간다. 하지만 며칠 후 데스크에는 로봇이 앉아, 아니 서 있다. 이제 도서관은 독서문화관으로 바뀌고, 장서는 모두 전자책으로만 제공되며, 사서는 로봇이 대신한다고 한다. 실물로 남은 책은 희귀본뿐이다.
그래도 이건 다행일지 모른다. 일찍이 SF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화씨 451>2)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 안 된다.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래서 책은 모두 불태워지고 사람들은 텔레비전만 보는 세상이 된다. 이보다 더 일찍 출판된, SF 거장 하워드 조지 웰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타임머신>3)이 그려낸 미래 사회 ‘엘로이’들은 지적 탐구를 하지 않는다. 생산은 하지 않고 먹고 놀고 즐길 뿐이다. 인류가 쌓은 문명의 기록들은 너무나 오래되어 건드리면 재가 되어 스러진다. 오래된 SF 영화만 책이 없는 세상을 그리는가. 그렇지도 않다. 최근 공개된 프랑스 영화 <빅버그>4)에도 진짜 책이 있는 집이 있다면서 놀라는 장면이 있으니, SF 영화에서 종이책의 종말은 공식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물리적 형태를 지닌 종이책의 종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도서관이 책만 제공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정말 중요한 건 지적 탐구를 하지 않는 인류에게 도서관이 유효할까 하는 문제가 아닐까. 공간으로서 도서관이 어떻게 변하든, 어떤 형태의 자료를 수집하고 제공하든, 사서가 인간이든 로봇이든 홀로그램이든 간에 도서관은 지적 문화적 활동을 원하는 이용자가 있어야 존재할 가치가 있다.
인류 문명이 소멸한 후의 세계를 다루는 영화에서 도서관은 어떨까.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리더라도 그 안에서 희망을 길어 올린다. 다시 인간 문명을 세우기 위해 도서관이 등장한다. 인류 멸망을 앞두고 과학자가 만든 아홉 개의 분신이 등장하는 영화 <9: 나인>5)의 대사 “I know where we can find the answer”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그곳은 도서관이다. 핵폭발 전 지구가 만들고 구축했던 자료를 보존한 공간, 그곳에는 지구가 왜 멸했는지를 알려주는 자료가 있다. 호기심 가득한 쌍둥이 학자 사서 3번과 4번이 수집하고 정리해둔 자료 말이다.
영화는 미래에 과학기술이 얼마나, 어떻게 발전한다 해도 인류가 남긴 지식 정보를 활용하여 자신의 삶과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도서관은 존재할 것임을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지식 정보를 무조건 맹신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라고 말하고 있다.
미래의 인간 사서와 로봇 사서
사서는 어떨까. 영화 <도서관 전쟁>6)에서 국가는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려 한다. 이는 이전 많은 SF에서 다룬 소재다. 하지만 사서는 이를 거부한다. 지적 자유를 지켜내고자 ‘도서대’를 조직하고 양화대와 전투를 벌인다. 미래 사회를 그리는 문학이나 영화에서 국가나 기업 등에 통제되는 사회는 자주 등장한다. <롤러볼>7)도 그렇다. 특정 기업에 의해 통제된 사회는 모든 책을 전자화해서 제네바에 있는 대형 컴퓨터 센터에 보관한다. 책이 필요했던 롤러볼 선수 조나단이 간 도서관은 요약본만 취급하는 곳이다. 모든 자료를 필사하고 관리하는 ‘진짜 사서’는 단 한 명, 컴퓨터 센터에 있다. 하지만 사서는 기업 정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 컴퓨터 제로에게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다. 도서대를 만들어 지식이 통제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외 미래를 다룬 영화에서 도서관은 대부분 벽이 없는 도서관이며 로봇이나 인공지능 사서가 등장한다. 앞서 말한 〈로봇 앤 프랭크〉에서 사서는 로봇으로 대체되었고, 1960년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타임머신〉8)에서는 홀로그램 인공지능 사서가 등장한다. 이 영화를 감독한 사이먼 웰스는 원작 소설을 쓴 하버트 조지 웰스의 증손자다.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이전 영화에 없던 근미래 배경의 도서관 장면이 나온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 타임머신 기술을 알기 위해 2030년으로 온 알렉산더 하트겐이 곧바로 간 곳이 바로 뉴욕공공도서관이다.
이곳에는 등록 번호 NY-114, 복스라는 사서가 있다. 복스는 지구상의 모든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된 슈퍼컴퓨터로, 몇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유추해 문학, 학술 논문, 뮤지컬, 과학자 등등 수많은 자료를 화면에 띄운다. 세상 모든 지식을 연결하는 복스는 최고의 레퍼런스 서비스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다. 80만 년을 넘어간 알렉산더에게 그간의 역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존재로서의 사서인 것이다.
미래에 인간 사서는 로봇 사서와 경쟁해야 할까? 인공지능 홀로그램 사서와도 경쟁해야 할까?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경쟁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런 때가 온다면 인간은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지 않을까. 인간을 이해하고 응대하는 일, 인간이 기록하고 생산한 지식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인간 사서가 담당할 부분이 있을 때까지 말이다. 최근 인공지능의 지각 능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복스 같은 사서가 등장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아직은 상상하기 어렵다.
팬데믹 이전 일본 아이치현 안조시도서정보관 ‘Anforet’를 방문했다. 당시 이 도서관은 낡은 건물을 없애고 지역 커뮤니티 센터로 새롭게 개관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은 때였다. 도서관을 안내해주던 오카다 치노우 관장은 한국 도서관을 방문해 둘러본 자동화 시설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이런 자동화 시설은 사서의 레퍼런스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직원도 이전 도서관에 비해 두 배 이상 늘렸다. 단순 업무는 이용자가 직접 기기를 이용해 해결하며, 사서는 지역 정보를 발굴해 자료를 생산하고 플로어에서 이용자를 돕는 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도서관 운영도 직영으로 한다고 했다.
SF 영화가 보여주는 세상이 어떤 모습이든 간에 사람들은 지식 정보를 생산하고 활용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도서관과 사서는 모습을 바꾸어가면서 존재할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지식 정보를 수집하고, 비판적 사고를 위한 독서 활동을 운영하며,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자기 삶을 가꾸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SF 영화 속 디스토피아는 없지 않을까.
1) 로봇 앤 프랭크, 원제: ROBOT & FRANK, (2012). 감독: 제이크 슈레이어.
6) 도서관 전쟁, 원제: 図書館戦争, Library Wars, (2013). 감독: 사토 신스케.
7) 롤러볼, 원제: Rollerball, (1975). 감독: 노만 주이슨.
8) 타임머신, 원제: The Time Machine, (2002). 감독: 사이먼 웰스.
우윤희_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교수
대구가톨릭대학교 도서관학과 교수. 대표 논문으로 <우리나라 창작동화에 나타난 도서관과 사서>, <대만 공공도서관의 역사와 현황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대중문화에 비친 도서관과 사서의 대중적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 공저로는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으로 책읽어주기 활동 15년을 정리한 《책 읽어주러 가는 길입니다》가 있다.
도서관 사서가 영화에?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직업도 있다. 물론 도서관 사서는 아니다. 영화에서 사서는 가끔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도서관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으로 잠깐 등장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물론 도서관에 간 주인공이 사서와 만나지 않고 나오는 경우는 더 많다
도서관은 알 수 없는 것을 알기 위해 어린이가 갈 수 있는 첫 번째 장소!미래사회를 만들고 가꿀 어린이를 위해서 도서관 서비스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2021년 현재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어린이(0~12세) 등록자 수는 전체 등록자 수 대비 8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대출자 수는 20.6퍼센트를 차지한다. 대출권수는 29퍼센트에 이른다. 우리나라 어린이 인구
아이작 아시모프의 세계가 보여주는,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의 도서관이제 중학생인 큰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로봇 3원칙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로봇은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되고, 인간에게 복종해야 하며, 그런 조건 하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현실에서 이런 건 없고, 그건 그냥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에 나오는 얘기일 뿐이라는 걸 알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