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재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어린이(0~12세) 등록자 수는 전체 등록자 수 대비 8퍼센트에 불과하지만 대출자 수는 20.6퍼센트를 차지한다. 대출권수는 29퍼센트에 이른다. 우리나라 어린이 인구수가 전체 인구수 대비 10퍼센트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도서관에서 어린이는 주요한 이용자 그룹이다. 게다가 어린 시절 도서관 이용자로 자란 어린이는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도서관 이용자로 살아갈 것이다. 어린이가 도서관을 이용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대부분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을 다양하게 묘사함으로써 영화를 관람하는 어린이에게 교육적 효과를 꾀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묘사되는지 영화 몇 편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문제가 있나요? 그렇다면 도서관으로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¹⁾은 우리나라 어린이에게는 ‘땡땡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만화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세계 여러 나라를 탐험하는 주인공 틴틴은 벼룩시장에서 모형 범선을 샀다. 하지만 정체 모를 사람들이 따라붙으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범선을 살펴보던 틴틴은 모형에 새겨진 문장(紋章)이 무엇인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때 틴틴은 이렇게 말한다.
“We’re going to the one place that we could have the answer.”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을 구할 수 있는 ‘그곳’은 바로 도서관이다. 이런 대사는 영화 〈9: 나인〉²⁾에도 있다. “I know where we can find the answer.” 이 대사 후에 주인공들이 가는 곳 또한 도서관이다. 어린이가 주인공인 미국 영화에서는 곧잘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은 도서관에서 할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것이다.
스티븐 킹 원작 소설로 유명한 〈그것〉³⁾도 그렇다. 데리 시로 이사 온 벤은 도시에서 아동 실종 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벤은 도서관에서 그 지역에 관한 자료를 찾아본다. 그리고 이런 사건이 주기를 가지고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진 자료에서 특이한 것들을 찾아내고는 사건에 다가간다. 현실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도서관 자료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답을 찾아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서는 벤에게 왜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않느냐고 걱정하면서도 벤이 원하는 자료를 찾아 건네준다.
이렇게 어린이에게 친절한 사서를 만나는 아이는 또 있다.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제대로 듣기 힘든 〈디어 프랭키〉⁴⁾의 주인공 프랭키다. 프랭키의 엄마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때문에 프랭키를 데리고 도망 나와 자주 이사를 다닌다. 프랭키에겐 아빠가 큰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며 거짓말을 하고는 아빠가 쓴 것처럼 가짜 편지를 써 프랭키와 서신을 주고받는다. 프랭키는 엄마가 쓴 아빠의 편지를 읽으며 바다생물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간다. 하지만 도서관 사서는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도서관에 온 프랭키를 따라가며 질문을 한다. 프랭키가 듣지 못한다는 걸 알고 사서는 이렇게 말한다.
“Pick a book. Pick any book, and if we don’t have it here, I will move mountains to get it for you.”
네가 찾는 책을 찾기 위해서라면 산이라도 옮기겠다는 사서는 아이가 입 모양을 정확하게 보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이 말을 전한다.
미스터리한 사건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을 알기 위해 읽고 싶은 주제가 생겼을 때를 대면한 어린이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 학습된 지식이 많지 않은 연령층의 어린이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정보 탐색이 필요하다. 영화는 그 첫 번째 단계로 도서관으로 가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산을 옮겨서라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할 만큼 무장한 사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의도가 어린이 대상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 도서관과 사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표현하게 한다.
도서관에 왔는데······ 회원증을 만들고 싶어요
마틸다는 뭣 하러 책은 보냐고, 텔레비전을 보라고 강요하는 부모님 밑에서 온갖 활자 자료를 읽으며 자란다. 어느 날 읽을거리가 더 없음을 알게 된 마틸다는 도서관으로 간다.⁵⁾ 날마다 도서관에 와서 갖가지 책을 읽는 마틸다를 유심히 살펴보던 사서는 회원 카드를 만들면 책을 대출해서 집에서 읽을 수 있고 날마다 도서관으로 오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준다. 회원 카드를 만든 마틸다는 수레를 끌고 다니며 읽을 책을 대출해서 읽는다.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마틸다》는 1988년 출간 작품이다.
반면 1969년 켄 로치 감독이 만든 영화 〈케스〉⁶⁾에서 주인공은 야생 매를 길들이려 도서관에 가서 자료를 찾는다. 하지만 사서는 회원 카드가 없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며, 카드를 만들려면 보호자가 함께 와야 한다고, 손이 더러우니 도서관 책을 더럽힐 수도 있다고 한다. 영국 북부 탄광 마을에서 자녀 교육에 관심이 없는 부모와 함께 살던 아이는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훔쳐 집으로 간다. 마틸다와 같은 나라인데 시기의 차이일까, 두 영화는 어린이 이용자에게 다른 요구를 한다.
한편 2017년 미국 뉴욕공공도서관을 배경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⁷⁾에서 회원증을 만들려는 초등학생에게 사서는 가정통신문이나 학교에서 받은 안내장 같은 것이나 학교가 명시된 물건을 하나 보여 달라고 한다. 뉴욕공공도서관 홈페이지에 어린이는 보호자의 서명이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영화에서는 달랐다.
얼마 전 도서관 어린이실에서 혼자 도서관에 와 회원증를 만들려는 어린이를 봤다. 우리나라에서 마틸다와 같은 아이가 도서관에 온다면 회원증을 만들어 책을 대출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에서 어린이가 회원증을 만들려면 보호자(법정대리인)와 동행해야 하며, 보호자 신분증과 관계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지참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영화 〈케스〉와 같다.
보호자가 동행할 수 없는 어린이는 없을까? 조금만 상상력을 동원해보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부모 동행이 불가능한 어린이가 그려진다. 부모의 부재, 부모의 무관심, 부모가 있어도 동행이 불가능한 장애를 가진 상황 등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목격한 도서관 사서는 그 어린이에게 “엄마와 함께 오라”고 응대했다. 별다른 의도 없이 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혹여나 아이에게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린이는 도서관 회원증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장서 관리 측면의 어려움을 고려하면서도 책을 읽고 싶은 어린이의 독서 활동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학교 밖 아이들의 학교, 도서관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빠는 일찍이 집을 나가서 연락이 없다. 렌은 친척집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싫다. 렌은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다 골목으로 이끌리듯 들어갔다. 그곳은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 세계다. 〈괴물의 아이〉⁸⁾의 도입부 내용이다. 그곳에서 성장한 렌은 청소년이 되어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렌은 도서관으로 간다. 하지만 읽기 능력은 어린 시절에서 멈추었다. 다행히 도서관에서 만난 카에데에게 글을 배우고 책을 읽는다. 《백경》을 읽으며 고래에 대해 공부를 한다. 공공도서관에서 탐구학습을 하는 것이다. 초기 공공도서관은 공식적인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학교 역할을 했다. 학교 밖 아이들의 학교가 되었던 것이다.
렌은 소설 속 고래에서 시작해 동물로, 바다로 관심을 확장하며 지리, 생물, 세계사로 학습 범위를 넓혀가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할 정도로 탐구학습을 해냈다. 그런 렌에게 도서관 시스템과 사서의 도움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도서관은 학교 밖 아이들의 또 다른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는 많은 자료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출생률 저하로 어린이 청소년 인구는 해마다 줄고 있다. 숫자가 줄어든다고 그 중요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적은 인구가 미래사회를 만들고 가꿀 수 있는 성인으로 잘 자라주어야 한다면 어린이 청소년 서비스는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기존 서비스의 범위와 방향을 살펴보고 수정할 이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학교 밖 청소년 통계는 학업 중단 통계를 바탕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여성가족부는 약 4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중도입국자녀나 학업 중단 청소년 역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서관은 문제 해결의 장으로서 도서관 역할을 홍보하고, 장서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정보 제공자로서 사서 역할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리고, 다양한 어린이 청소년 이용자의 형편을 살피는 서비스 방향을 설정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모든 아이들이 마틸다처럼 책을 즐기고, 렌처럼 자기교육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¹⁾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원제: TinTin: The Secret of the Unicorn, (2011),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²⁾ 9: 나인, 원제: 9, (2009), 감독: 쉐인 액커.
³⁾ 그것, 원제: It, (2017),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
⁴⁾ 디어 프랭키, 원제: Dear Frankie, (2004), 감독: 쇼너 오어비치.
⁵⁾ 마틸다, 원제: Matilda, (1996), 감독 : 대니 드비토.
⁶⁾ 케스, 원제: Kes, (1969), 감독 : 켄 로치.
⁷⁾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원제: Ex Libris-The New York Public Library, (2017), 감독: 프레더릭 와이즈먼.
⁸⁾ 괴물의 아이, 원제: バケモノの子, (2015), 감독: 호소다 마모루.
우윤희_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교수
대구가톨릭대학교 도서관학과 교수. 대표 논문으로 <우리나라 창작동화에 나타난 도서관과 사서>, <대만 공공도서관의 역사와 현황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대중문화에 비친 도서관과 사서의 대중적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 공저로는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으로 책읽어주기 활동 15년을 정리한 《책 읽어주러 가는 길입니다》가 있다.
SF 영화처럼 도서관은 사라지고 인류가 쌓은 문명의 기록들은 재가 될까?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삶을 가꾸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디스토피아는 없을 것이다. Sci-Fi 영화가 그리는 미래 사회는 어떠한가. 경고인가 충고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도서관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영화 속 미래 사회에서 도서관은 어떻게 그려질까. 단순히 공간으로서의 도서관보다
도서관 사서가 영화에?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담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직업도 있다. 물론 도서관 사서는 아니다. 영화에서 사서는 가끔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도서관에 갔을 때 만나는 사람으로 잠깐 등장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물론 도서관에 간 주인공이 사서와 만나지 않고 나오는 경우는 더 많다
AI 시대에 책을 쌓아놓고 읽는 힘“혹시 여러분,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보셨나요?”서울에 있는 중앙중학교에서 〈라스트 사무라이〉에 대해서 물어봤다가 아차 싶었다. 강연에서 언제나 필승 공식이었던 영화였지만, 지금 중학생들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혹시 톰 크루즈는요?” 톰 크루즈, 알 리가 없었다.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미션 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