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방 운영은 발랄하게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자꾸 생각하면 이뤄지지 않을까 봐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개 문구가 눈에 띕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긴장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좋아하는 일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제 의도를 잘 파악하신 것 같습니다. 아직 길게 산 인생은 아니지만, 간절히 바라면 저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서 아예 생각을 하지 않고 실행하는 방향을 택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뭘 이루려고 하기보다는 정말 좋아하는 그 마음 자체를 한껏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손님들이 가장 많이 사가는 약의 종류와 책의 종류는 각각 어떤 것인가요? 환자들이나 손님들의 소비를 통해서 떠올린 사회의 분위기 같은 것이 있는지요?
A 약은 아무래도 진통제가 가장 많습니다. 다른 약들처럼 특정 증상에 효과를 가진다기보다 광범위한 ‘통증’에 쓸 수 있기 때문에 그렇죠. 많이 사가는 약의 종류로 사회 분위기를 알 수는 없고, 그 지역에서 많이 팔리는 약 정도는 집계할 수 있습니다. 책도 마찬가지라서 저희 책방에서 책을 사는 분들의 성향은 알 수 있지요. 주로 문학을 좋아하십니다. 인문, 의학 분야가 그 다음이고요. 문학은 최근에 아독방(아직 독립 못 한 책방)과 책방연희에서 함께한 《보통 이하의 것들》(조르주 페렉) 아연실색 에디션이 많이 팔렸고, 인문 서적은 인문 에세이로 《삶이 내게 잘 지내냐고 물었다》(김경집)가 많이 팔렸습니다.
Q 카이스트를 그만두고 약대로 재진학해서 약사가 되셨죠. 이후 약국에 작은 책방을 차려서 책방지기가 되었고 두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꼽는다면 어떤 책일까요?
A 여러 책들을 언급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중에 《삼국지》 《수호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요즘에는 이 책들이 어떤 형태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예전 민음사 버전의 10권짜리로 읽었어요. 얼마나 재밌는지 읽고 또 읽고,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1권이든 8권이든 아무 책이나 빼서 읽었죠. 심지어 《수호지》는 책 뒤에 108명의 이름과 호를 정리해놓은 걸 다 외우기까지 했어요.
그 기억이 너무나 좋아서 《후삼국지》 《제갈공명》 《조자룡》 등을 소설로 찾아 읽었습니다. 책은 이렇게 재미를 느낀 후 파생해서 읽어야 합니다. 저는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디서든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뒤의 일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아닐까요.
Q ‘아편책’(아주 편한 책 이야기)을 통해서 김연수, 윤고은, 문보영 작가님 등을 초청해 북토크도 해오셨죠.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무엇이었나요.
A 작가님들을 초청한 일들은 모두 기억에 남지만 책방이니 매출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3~4년 전에 김호영 교수님(한양대학교 프랑스학과)을 모시고 조르주 페렉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강의가 너무 재미있어서 아편책에 온 손님들이 조르주 페렉이 쓴 700페이지가 넘는 책 《인생 사용법》을 여러 권 사가셨어요. 이런 게 재미를 느껴서 나타난 순반응이 아닐까, 지금도 생각해요. 하지만 책방에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웃픈 현실.
Q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동네책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동네책방의 장점과 동네책방이 생겨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A 그런 질문을 받을 땐 항상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내가 동네책방을 하고 있으니 장점을 만들어서 끼워 맞추는 것 아닐까, 하고요. 제가 책방을 하지 않고 온전한 독자였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동네책방은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대형서점에 더 다양한 책이 있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제 생각엔 아닙니다. 대형서점엔 필수적으로 광고가 있을 수밖에 없고 구조상 베스트셀러와 광고 책만 눈에 띄는 게 현실이거든요. 그것보다는 동네책방 몇 군데만 둘러보시면 다 다른 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책방지기만의 취향이 드러나는 곳이 동네책방이거든요. 가까이에 동네책방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겠죠. 그것이 동네책방이 많아지면 좋을 이유입니다.
Q ‘아직 독립 못 한 책방’이지만 실은 독립을 안 하는 것이 목표라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약국과 책방을 어떻게 꾸려갈 예정인지, 또 앞으로 해보고 싶은 또 다른 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책방을 독립해서 꾸리기엔 역량이 부족해서 생각조차 안 하고 있습니다. 크게 바라는 건 없고, 지금처럼만 약국과 책방을 함께 데려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앞으로는 다른 동네책방들과 함께하는 무언가를 계속 해보고 싶어요. 어디에선가 주최해서 참가하는 것 말고, 작게라도 책방끼리 하는 것들이 많아졌으면 해서요. 책방 유튜브도 계속 하고 싶은데 손 놓은 지 2년이 넘었네요. 촬영, 편집까지 다 하려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요. 하지만 언젠간 다시 시작하렵니다.
Q 요즘 즐겨 읽고 있는 책은 뭔가요?
A 김나영 평론가님의 평론집 《말과 말 아닌 것》을 다시 들추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읽을 때 이해 못 한 부분이 많아서 다시 천천히 읽는 중이에요.
Q 책이란? 또는 독서란?
A 독서는 운동입니다. 여러분의 또 다른 근육을 만들어줄 거예요. 요즘 건강한 노년을 위해 근육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게 되죠. 신체뿐 아니라 지혜롭고 건강한 마음을 위해 독서라는 운동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박훌륭_약사
약사 그리고 아직 독립 못 한 책방 운영자. 책방 운영은 발랄하게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자꾸 생각하면 이뤄지지 않을까 봐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있게 하고 나를 지탱하는 모든 이름에 관한 에세이 《이름들》, 약국 안의 책방 이야기 《약국 안 책방》을 썼다.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선한 영향력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A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잘 모르겠다. 꽤 오래 고민해봤지만 정확히 잘 모르겠다.(^^;) Q 지
Q 스티브 잡스를 동경해 전기공학과에 진학했으나, 2022년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며 SF 소설가로 데뷔했다. 프로필에는 ‘전깃줄이 하늘을 일곱 조각으로 잘라놓은 걸 보다가 문득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나와 있다. 소설을 쓴 계기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들려줄 수 있나. 그리고 소설 중에서도 SF를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다.A 처음에는
[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2025년 12월호에서는 철학책 편집자이자 《철학책 독서 모임》 《동료에게 말 걸기》의 박동수 작가를 초대했다. Q 먼저 자기소개 부탁한다.철학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