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요즘, 과학 독서를 통해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인생의 가치를 배워나가는 특별한 동아리가 있다. 대치도서관 과학 독서 동아리 '과학산책'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치도서관. 오래된 아파트 상가 2층에 위치한 구립도서관으로, 간판이나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아 처음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애를 먹을 수도 있다. 도서관 이용자도 아파트 입주민이 가장 많을 텐데, 실제로 과학산책 동아리 회원도 대부분 인근 주민들이다. 도서관은 이른 아침부터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이용자들로 가득했다.
우리가 과학책을 읽는 이유
과학이라는 특화된 주제로 진행되는 독서 동아리 ‘과학산책’은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는다. 동아리 대표로 전반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임정현 회원은 “‘과학산책’은 대치도서관의 인문 독서 토론 동아리에서 시작되었다”면서, "매주 2번씩 인문 독서 토론 동아리로 운영되다가 도서관 측과 회원들 모두 분할 독서에 대한 의미를 찾게 되면서 동아리가 세분화되었고 그중 하나가 과학산책"이라고 설명했다. 대치도서관에는 현재 과학 외에도 예술, 역사, 철학, 문학까지 5개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과학 독서였을까? 발단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이었다고 한다. 당시 동아리에서 선정된 도서가 과학책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유명한 《코스모스》였고, 그 과정에서 과학 독서에 관심을 갖는 회원들이 생겨났던 것이다. 그렇게 전문가처럼은 아니더라도 과학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어나가 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여 과학 독서 동아리 '과학산책'이 탄생했다.
낯설지만 가까운 과학 독서, 천천히 읽으며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목적
현재 과학산책은 강남구와 대치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강남구에서 제공하는 독서 동아리 지원금으로 도서 구입 등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대치도서관의 홍보 활동을 통해 회원을 꾸준히 모집해오고 있다.
‘과학산책’ 모집 포스터 ⓒ대치도서관
올해 활동은 2023년 11월에 시작해 2024년 12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총 20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모임은 매월 셋째 주 금요일에 진행된다. 1년간 한 권의 책을 천천히 읽으며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독서량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매달 독서량은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되며 보통 2~3장(章)이다.
그렇게 천천히, 온전히 이해할 올해의 책은 바로 《마이크로 코스모스: 40억 년에 걸친 미생물의 진화사》이다.
올해 선정도서인 《마이크로 코스모스: 40억 년에 걸친 미생물의 진화사》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
토론 분위기는 매우 자유롭다. 책 내용을 기반으로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방식인데, 토론 중간중간 떠오르는 생각을 이야기한다. 정해진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이지만 회원 대부분이 토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12시를 지나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취재팀이 과학산책 동아리를 찾은 날도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과학적인 내용과 더불어 과학에서 깨달은 우리의 삶,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가득했다. 특히, 개방성과 다양성을 지닌 미생물에게 현대사회의 인간이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진행됐다. 인간의 삶이 마치 거대함의 비극과도 같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누는 등 인간과 사회로까지 사고를 넓혀 사유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임정현 회원은 "과학 독서를 하다 보면 과학적인 개념 속에 인간 삶이 보이기도 해요. 회원분들도 각자의 개인 경험을 파생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죠"라고 말했다.
올해 선정도서를 읽고 있는 ‘과학산책’ 회원토론에 참여 중인 ‘과학산책’ 임정현 리더
'과학산책'은 어느덧 올해로 5년째를 맞이했다. 비교적 긴 시간을 이어온 만큼 회원들의 애착도 남다르다. 임정현 회원은 "'과학산책'에서 활발히 활동을 한 회원들이 타 분야의 독서 동아리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을 자주 봐요. 회원들이 과학 독서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철학, 예술 등 다른 장르의 책을 소화하는 것을 볼 때면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라고 말한다. 특히, 낯설고 어려운 개념이 많은 과학 독서를 함께 이겨내는 과정에서 서로가 성장하고 있음이 느껴진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INTERVIEW. 대치도서관 과학 독서 동아리 ‘과학산책’ 회원들
과학책에서 삶의 가치를 찾다
매월 셋째 주 오전 10시에 모임을 갖는 대치도서관 ‘과학산책
Q. ‘과학산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뚜렷한 계기는 각자 다르지만, 대부분 과학 분야를 접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신청하게 되었어요. 과학 분야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과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과학을 잘 알지 못하면 세상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문학이나 철학, 역사와 같은 분야에 비해 관심이 적었다 보니 한쪽으로 경도되어 있는 독서 습관에서 벗어나 균형을 잡고 싶기도 했어요.”
Q. 과학 독서 동아리만의 특징은 어디에 있을까요?
“책에 대한 공부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책을 읽어오는 것만으로는 토론 진행에 한계가 있어요. 낯선 단어들이나 내용 등은 추가적인 공부를 통해 습득한 상태로 참여해야 자신만의 의견이 생기고, 또 다른 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토론 전 책을 살펴보는 ‘과학산책’ 회원
Q. 과학 독서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관점의 중심을 잡아주는 부분이 커요. 과학책은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보니 내용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와 제 생각의 선명성을 찾을 수 있었어요. 또한, 과학 독서를 통해 삶의 통찰을 느끼는 부분이 많아요. 인생, 인간사와 접목해 읽다 보면 새로운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죠. 사고의 유연성과 융통성, 여유, 겸손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게 과학 독서라는 생각이 들어요.”
Q. 과학책을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과학 독서를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 등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물리학자 같은 과학자들이 다방면으로 활동을 많이 하세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친절하고 쉽게 쓴 책도 많이 선보이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거예요. 그래도 어려우시다면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과학 분야 중 관심 있는 주제부터 천천히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요?"
Q. 이번 ‘과학산책’은 12월까지 진행되는데요. 올해 활동의 목표가 있다면?
“우선은 이번 선정도서를 100% 받아들일 수 있게 열심히 참여하는 게 목표예요. 또 책을 읽다 보면 화학이나 수학 등 관심이 가는 부분들이 생기거든요. 이런 지적 호기심을 확장해 능동적인 독서를 하는 것도 하나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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