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메신저는 책과 언어 그리고 독서를 매개로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는 분들을 만나는 인터뷰 코너이다. 2월호에서는 금융업에서 일하며 번역을 하는 서지은 님을 만났다. 언어와 책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해석을 통해 책과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THE LIVERARY
Q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동하는 분을 만나면 질문이 장황해지는데요, 이럴 때는 인터뷰이에게 자신이 하는 일에 관해 설명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하시는 일들을 소개해주신다면요?
A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생계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직업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보험설계사입니다. 다소 건조하게 말했지만 실제 가장 현실적인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 영역이기도 해요. 또 드물지만 일본어 통역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어요. 마흔이 넘어 수필집과 일본어 번역서, 두 권을 출간했고 현재 다양한 분야의 칼럼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빛의 영역》, 쓰시마 유코 지음, 서지은 역, 마르코폴로, 2023.
Q 금융계에서 일하는 것과 저술 또는 번역을 하는 일 중 어떤 일이 더 어렵고, 어떤 일이 더 즐거운가요?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불러주기를 바라는지요.
A 아,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 금융 쪽 일은 숫자를 다루면서도 인간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고, 글과 번역은 나 자신에 대한 예리한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정신적 만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글’ 쪽이 조금 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보험설계는 금전과 사람이라는 물리적 만족을 주기 때문에 그 어느 쪽도 포기하기가 어려워요. 저는 ‘글 쓰는 보험설계사’로 불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The Liverary에서는 독서의 중요성과 책의 가치를 아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서지은 번역가님도 책을 혹은 문학을 좋아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독서가 삶에 끼친 영향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어린 시절 책과 관련된 일화도 좋고요.
A 저를 키운 건 사실상 절반 이상이 독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직업상 붙임성 있는 성격으로 보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저는 내성적인 면이 더 강한 사람인데다 누구 앞에 나서는 걸 정말 힘들어해요. 그런 저 자신을 조용히 감출 수 있는 수단이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엔 연간 150권 정도의 책을 읽고는 했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꿈도 독서를 통해 발견한 것입니다.
중학교 때까지 소도시에서 살았는데 거긴 시내에 서점이 하나뿐이었어요. 도서관도 변변치 않았던 시절이라 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그곳뿐이어서 걸핏하면 서점 문이 닫힐 때까지 서서 책을 읽다 돌아오기 일쑤였어요.
Q 쓰시마 유코의 소설 《빛의 영역》을 번역하셨는데, 번역의 유려함이 놀라웠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번역을 하게 되었는지요. 그리고 보통 번역가들이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찾아보니 쓰시마 유코 작가는 이미 돌아가신 분이더라고요. 번역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일본에서 돌아온 후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기 전까지 짧은 글들을 번역하며 용돈 벌이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번역이 참 흥미로운 작업임을 알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제대로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따로 통번역 공부를 한 것도 아니어서 단행본을 번역할 기회는 좀처럼 없었어요. 그러다 페이스북에 일상 이야기를 쓰면서 가끔 일본어 번역문을 올리기도 하고 책 리뷰를 쓰기도 했는데요, 출판사 마르코폴로 편집장님께서 제 글을 보시고 일본 소설을 한번 번역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쓰시마 유코의 《빛의 영역》은 꽤 오래 전 소설이기 때문에 어투도 예스러웠고, 돈의 단위나 거주 형태 등 현실적인 부분들을 얼마만큼 현대적으로 바꾸어야 할지 고충이 있었어요. 말씀하신 대로 저자가 이미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문의를 하기도 어려웠고요. 다만 일본에서 몇 년 실제 살아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고, 주인공이 이혼 후 어린 딸을 홀로 키우는 워킹맘이라 저와 처지가 비슷해서인지 감정적으로 동기화가 잘 되었습니다. 마음은 시대나 언어를 뛰어넘는 부분이 있음을 새삼 깨닫기도 했습니다.
Q 금융계 종사자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영화나 다른 매체에 비친 금융계 종사자들은 대단히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살벌하게 일하는 이미지가 많은데, 서지은 님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A 보험설계사는 소속된 회사가 있기는 하지만 직업적으로 분류하면 프리랜서입니다. 이 부분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프리랜서라 편한 부분도 있지만 자칫 리듬을 놓치면 다음 스텝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지기도 쉬워요.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기 때문이죠. 리듬을 놓치지 않기 위해 평일엔 여느 직장인처럼 8시 반까지 사무실에 출근을 해 의뢰받은 보험을 설계하거나, 보험은 청약을 체결한 후에도 마무리할 일이 많고 기한이 있어 이런 일들을 처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영업을 위해 고객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미팅 약속을 잡는 일에 집중하죠. 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율하지 않으면 동선이 꼬이고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는 하는데요, 제 경우 그 시간들 사이사이 글을 씁니다. 다행인지 저는 업계에서 톱을 다투는 고능률 설계사는 아니라서 경쟁구도에서 조금 자유롭기도 하고요. 좀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가늘고 길게 보험업계에 머무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능하다면 80세까지 일하고 싶습니다. 100세 시대니 사실 80에 은퇴해도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남는 셈이니까요.
사진 출처: The Liverary
Q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에르난 디아스가 쓴 소설 《트러스트》는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이죠. 1920년대 월 스트리트에서 큰 부를 이룬 부부에 대한 이야기인데 경제, 금융, 권력, 계급 등 핫한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혹시 향후에 이런 소설을 쓰거나 금융 관련한 책을 번역할 생각은 없는지요.
A 두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의 세계를 알리는 책과 저자 이름으로 ‘서지은’이 쓰인 소설을 쓰는 일이에요. 금융 분야 저서의 번역을 의뢰받는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는데요, 그 또한 제가 앞으로 쓰고 싶은 책에 효과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 때문이기도 합니다.
Q 번역을 하든 에세이를 쓰든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 육아를 하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여러 일을 하는 비결이 있나요.
A 저는 운이 좋았던 것이, 제 어머니께서 육아와 살림에 많은 부분 도움을 주고 계셔서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또 수면욕이 많지 않아서 같은 24시간이라도 가동 가능한 시간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긴 것도 N잡러로 살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쓰고 싶다는 욕망을 억지로 누르지 않았던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요.
Q 특별한 취미라거나, 요즘 공을 들이고 있는 일이라거나, guilty pleasure가 있다면?
A 지난해 미술관 관람과 클래식 공연에 빠져 직업적 스트레스를 그걸로 풀었어요. 대신 독서량이 현저히 줄어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자책이 들기도 했습니다. 예술을 감상하는 데는 독서만큼 시간과 기회비용이 필요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만큼 많은 영감을 준 것도 맞고요. 올해는 적어도 50권 이상 책을 읽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저의 가장 큰 길티 플레저는 부끄럽지만 ‘술’이에요. 특히 와인을 사랑해서 종종 마시곤 해요. 물론 ‘종종’이 어느 정도의 빈도수인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Q 언어학을 공부하셨는데, 언어학자들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세상의 변화를 감지하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언어에도 생로병사가 있나, 언어에도 유행이 있나, 하는 것들요.
A 언어의 세계가 궁금해 일본 대학원에서 언어학을 선택했지만, 언어는 파면 팔수록 어렵고 수학처럼 답이 딱 떨어지는 분야도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언어의 그런 면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해온 거겠죠. 언어는 고체도 기체도 아니고 액체 같아요. 어디에 어떻게 담는가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다르거든요. 언어의 유행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각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에 읽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새해 들어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이화경 단편선), 《읽기 쉬운 마음》(박병란 시집), 《추억의 생애》(박기원 에세이), 이렇게 세 권을 읽었습니다.
Q 도서관에 자주 가시나요. 특히 육아하는 엄마들은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도서관이나 사서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저는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매우 사랑합니다.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도 도서관을 찾을 때가 많죠. 아이가 어릴 적 집 근처 도서관의 어린이 공간이 잘 되어 있어 쉬는 날마다 갔기 때문에 도서관과 관련한 추억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작은도서관도 곳곳에 생겨나고 있어 너무 반가우면서도, 점점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라 작은도서관들의 운영 자체가 위태롭게 보여 안타깝기도 해요. 사서로 일하는 친구들도 몇 명 있는데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고요. 책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마음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일들이 많아 보여요. 무조건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사진 출처: The Liverary
Q ‘세상의 메신저’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메신저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요. 저술가로서 향후 계획도 함께 말씀해주세요.
A 보험설계도 결국 내가 메신저로서 성실하게 같은 자리를 지키겠다는 결심 없이는 하기 어려운 직업이에요. 흔들릴 때도 많고요. 쓰는 일 역시 내 속마음을 풀기만 하겠다는 결심으로는 완성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쓰는 사람은 읽는 사람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고 그 반대도 그렇죠. 내내 걷고 말하고 쓰며 전하고 싶습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들을요. 앞으로 마감해야 할 번역서가 두 권 있고(아쿠타가와 수상 소설), 함께 디지털 드로잉을 하고 있는 문우들과 그림이 있는 앤솔로지 에세이를 곧 출간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좀 더 저를 단련시키고 싶습니다.
Q 강북문화정보도서관은 언제부터 이용하셨나요?A 강북문화정보도서관을 처음 이용한 것은 중학생 때예요. 사실 그때는 책을 빌려 보려고 간 게 아니라 시험 기간에 공부하기 위해 방문했어요. 친구와 어디에서 공부할지 고민하다가 우리 지역에서 가장 큰 도서관에 가자고 했던 것 같아요. Q 도서관에 담긴 특별한 추억이 있다면요?A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지하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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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은 1969년 미국 해상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민간에서 제정한 ‘지구의 날’이다. THE LIVERARY에서는 전 세계 모든 인류가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환경 보호를 다짐하는 국제적인 기념일을 맞아 인사이트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추령 교수는 34년간 지구과학 교사로 근무했으며 교육 현장에서의 활발한 교육 연구 활동과 더불어 다수의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