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처럼 훌륭한 소방관이 되고 싶은 고양이 소방관 초이, 어느 날 평화로운 마을에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동물들과 비교하며 고민에 빠진 초이에게는 어떤 일이 생겼을까? 책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눠보자.
《소방관 고양이 초이》 표지 ⓒ알라딘
아이들은 동물에 자신을 투영한다
아이들은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을 대체로 좋아한다. 어른들에 비해 서툴고 느린 아이들은 동물들의 모습에 몰입해 상상력을 발휘하고, 사람처럼 옷을 입고 직립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좀처럼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작가들에게도 동물은 인종과 성별을 넘어 이야기에 다양함을 담을 수 있어 반기는 캐릭터다. 《소방관 고양이 초이》에도 여러 동물이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특히 꾸준히 반려동물로 사랑받는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나와 고양이를 키우거나 좋아하는 친구들에게는 선물 같은 책이 되겠다. 동물들이 나오는 그림책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동물들은 친근하게, 자주 볼 수 없는 동물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자연스레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눈부신 햇살에 잠을 깬 초이는 ‘말랑말랑’한 빵을 먹고 소방관 옷으로 갈아입는다. 제복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옷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정체성을 품고 있다. 어린아이일수록 눈에 띄는 제복의 직업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소방관은 최고의 사랑을 받는다. 사다리와 긴 호스를 싣고 다니는 소방차도 장난감으로 인기 만점이다. 고양이와 소방관의 조합은 얼마나 영리한 선택인가? 작가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이 책은 그래서 아이들이 저절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알라딘
책장을 넘기면 만나게 되는 초이의 뒷모습은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는 위치와 같아 거울에 비친 초이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하게 한다. 이 그림을 보며 아이들도 소방관 ‘초이’가 되어 출근 준비를 하게 된다. 고양이 초이는 대대로 소방관이었던, 벽에 걸린 가족들의 사진을 보며 훌륭한 소방관이 되고 싶어 한다. 이 부분은 아이들이 부모를 닮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망을 잘 표현했다.
“초이도 아빠처럼 훌륭한 소방관이 되고 싶어요.”
초이는 기니피그를 구하고, 장난 전화에 대답하고, 소방서 마당도 치우고, 쌓인 서류를 정리한다. 일과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초이는 자기 일이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소방서 청소를 하던 초이는 너굴 우체부의 인사에 대답하려다 소방호스를 떨어뜨리는 실수를 하고 만다. 그 실수가 다른 동물들이 거둔 성과들과 비교하면 더 커 보였을 것이다.
누구나 이렇게 잘하고 싶은 마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원한다. 그렇지만 초이처럼 청소하려다 더 어질러놓게 되기도 하고,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굴의 우체국은 엄청 바빠 청소할 시간도 없다고 하니 청소하고 있는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질 것이다. 바로 이 장면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부모님을 도와주려다, 동생을 돌보다 실수를 해 칭찬이 아니라 꾸지람을 듣게 되었다면 어떤 기분일까, 부모님도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책 읽기를 잠시 멈추고 “초이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자신의 실수를 떠올리며 초이의 입장이 되어 속마음을 말해줄 것이다. 어떤 일에 대해 직접 묻기보다 이렇게 책을 통해 대화하면 쉽게 생각을 나눌 수 있다.
다음날 너굴 우체부는 멍 순경이 훈장을 받게 되어 파티를 연다며 초이를 초대한다. 소방서로 돌아온 초이는 바쁘게 일하던 너굴과 자랑스럽게 우쭐대던 멍 순경을 떠올리며 기운이 쏙 빠진다. 초이는 다른 동물들의 바쁜 모습과 자신의 일상이 비교되기 시작한다. 초이가 더욱 힘들었던 건 멍 순경이 훈장을 받는 순간이었다. 진심으로 멍 순경을 축하해주었지만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림책 왼쪽 귀퉁이에 있는 초이는 작게만 느껴진다. 멍 순경이 늠름한 자세로 메달을 받는 모습과 대조되는 것이다. 그때 붉은 털을 가진 여우가 초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안녕하세요, 초이 아저씨! 지난번에 통통이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아저씨, 최고예요!”
여우의 말은 초이를 특별한 사람이 되게 한다. 자신의 한 일에 대해 칭찬을 받으니 초이는 직업에 대한 정체성도 회복이 된다. 이렇게 나를 인정해주는 한마디는 언제 들어도 힘이 난다. 책을 읽으며 아이가 잘했던 일을 칭찬해주면서 붉은 꼬리 여우의 목소리를 흉내내보자. “안녕하세요. 감사했어. 최고야!” 초이의 기분은 어땠을지 아이와 함께 얘기해봐도 좋겠다.
ⓒ알라딘
일상 속의 영웅 찾기
초이가 사는 마을에는 너구리, 개, 호랑이, 여우, 늑대, 곰, 개구리, 기니피그 등 여러 동물이 살아간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흡사하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 다르듯 동물들이 하는 일도 다르다. 경찰관이 있고 우체부가 있다. 초이처럼 위험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불을 끄는 소방관도 있다.
하루 종일 서류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초이는 마을을 바라보며 “나도 마을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라고 중얼거린다. 초이는 다른 동물들이 하는 일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때 초이는 여우의 감사 인사로 뿌듯해졌고 시장님 집에 난 불도 진압한다. 그동안 꾸준히 운동하고 매뉴얼대로 훈련한 덕분인지 초이는 마을 사람들에게 각자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불을 끈다. 그뿐만 아니라 이층에 갇혀 있던 아이들도 구해 마을의 영웅이 되었다. 모두 “초이 만세!”를 외친다.
불을 끄거나 사람을 구하는 일은 매일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중요한 순간에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운동하고, 소방서를 청소하고, 서류를 정리하는 일들은 화재를 진압하거나 인명을 구해야 하는 순간을 위한 충전의 시간이다. 그래야 초이처럼 재난현장에서 순간적인 판단력과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을의 영웅이 된 초이가 내일 출근하여 소방서에서 서류 정리와 청소를 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갖게 되어 이제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자신이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초이처럼 ‘나는 사회를 위해 어떤 중요한 일을 할까?’ 생각해보고 우리가 일상을 편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생활 속 영웅들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봐도 좋겠다. 책 뒷면에 나오는 ‘안전 이야기’도 가족들과 함께 보면 도움이 되겠다.
허유진_숭례문학당 강사
현재 숭례문학당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로 그림책과 어린이 글쓰기 관련한 다양한 강연과 모임의 리더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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