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도서관에서 벌금을 없애자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어져왔다. 그 결과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의 많은 도서관들이 늦게 책을 반납한 이용자에게 부과하는 벌금을 완전히 폐지했다. 벌금 없는 도서관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접근하는 데 경제적인 장벽을 없앨 뿐 아니라, 벌금이 누적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없이 책을 자유롭게 빌릴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최근 도서관은 여러 장벽을 허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점자연구소도서관(Braille Institute Library)은 시각장애인의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지원한다.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산타바바라를 포함해 총 7곳에 있는 점자도서관은 점자책, 전자책, 오디오북 외 여러 자료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서관의 독자 조언자(reader advisors)는 도서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책을 제안하거나 이용자가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이용자는 말하는 책 기계(talking-book machine)를 대여할 수 있는데, 첫 도서를 주문하고 한 달 후에 대여한 기계를 받을 수 있다. 정기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는 이용자라면 필요한 기간만큼 기계를 보유할 수 있다. 기계를 사용하는 이용자를 위해 도서관은 기계와 함께 녹음된 지침을 제공하며, 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기계로 교체해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을 읽어주는 BARD 소개 (출처 : 점자연구소도서관, Braille Institute Library 웹사이트 )
도서관에는 ‘BARD(Braille and Audio Reading Download)’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도서관 이용자는 BARD 프로그램을 통해 오디오와 전자 점자 제목을 모두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BARD 웹사이트의 계정이 있으면 USB와 같은 저장 장치에 책을 저장하고 말하는 책 기계에서 재생할 수 있다. 도서관은 BARD를 사용해 전자책을 다운로드하는 방법을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교육을 매월 진행한다.
도서관은 ‘TRP(Telephone Reader Program)’를 통해 이용자에게 다양한 인쇄물을 녹음으로 제공해 그들의 일상을 더 독립적이고 풍부하게 만들고자 한다. TRP와 유사한 서비스가 컴퓨터 음성으로 된 녹음본을 제공하는 반면에 TRP는 사람의 목소리로 출판물을 녹음한다는 점이 남다르다. TRP는 전국 신문뿐 아니라 지역신문이나 잡지, 광고, 음식점 메뉴도 녹음해 영어와 스페인어로 제공한다.
이민자들을 위한 통역 장비 대여
지난 4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점자도서관은 새 단장을 마치고 대중에 공개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여기에서 리사 레포어(Lisa Lepore) 로스앤젤레스 점자도서관장은 “우리는 시각장애인과 학습장애인의 독특한 요구 사항을 이해하고, 이를 포괄하면서도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도서관 곳곳을 재설계했다”고 밝혔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엘리 알바르도(Ellie Alvardo)는 “이러한 행사는 우리에게 매우 매우 중요하다.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다른 가족들과 연대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엘리와 그녀의 남편, 두 자녀 모두 시각장애인이다. 엘리의 가족은 점자도서관의 서비스를 좋아하는데, 특히 로스앤젤레스 경관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벽에 대해 “아주 창의적이며 사려 깊게 만들어졌고,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접근 가능한 예술 작품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엘리는 말했다. 엘리의 가족은 “인생을 느낄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을 가진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켄트지역도서관(Kent District Library)은 문해력 장벽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이민자들을 위해 도서관은 그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의 정보와 언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도서관 회원카드를 갖고 있는 이용자에게 통역 장비를 대여해준다. 도서관은 25개의 언어로 사용할 수 있는 스캐너의 간편 스캔 기술을 통해 문서를 100개 이상의 언어로 문자뿐 아니라 음성으로도 번역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서관의 지역사회 담당자이자 이러한 서비스를 주도한 사라 프로아뇨(Sara Elisa Proaño)는 에콰도르 출신으로 2008년에 미시간주에 정착했다. 사라는 “도서관을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로 인식”하며, “정체성 대신 장벽에 중점을 두는 것은 우리가 과거의 오해에서 벗어나 공동의 가치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주민들의 언어 장벽을 낮춘다
일본에도 언어 장벽을 낮추려는 도서관들이 있다. 일본 군마현에 있는 오이즈미마을도서관(Oizumi Town Library)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일본어 수업이 진행된다. 오이즈미에 있는 학교에 다니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 학생과 부모라면 무료로 일본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올해 5월 기준, 오이즈미 마을에 약 8천 300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인구 4만 2천 명의 20퍼센트에 이른다. 도서관의 일본어 수업은 외국인 주민들이 마을 도서관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일상생활이나 학문 활동에 일본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데 든든한 발판이 된다.
오이즈미마을도서관(Oizumi Town Library) (출처 : 오이즈미마을도서관, Oizumi Town Library 웹사이트)
한때 도서관의 일본어 수업 선생님이었던 이와오 미사와(Iwao Misawa)는 일본계 브라질인 3세로, 포르투갈어로 된 책 200권을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와오 외에도 몇몇 주민들의 기증으로 현재 도서관은 2천 권 이상의 포르투갈어 책을 소장하고 있다. 도쿄도 신주쿠구 오쿠보도서관(Okubo Library)에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외 여러 언어의 책을 만날 수 있는 다문화 도서 코너가 있다. 도서관 이용자는 ‘다문화 도서 추천 카드’를 통해 다문화 도서 코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원하는 외국어 책을 요청할 수 있다. 이용자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책을 검색할 수도 있다. 매달 넷째 주 토요일, 도서관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도 열린다.
노인도 할 수 있다, 가상현실 체험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브랜트공공도서관(Brant Public Libraries)은 노년층을 위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 봄, 도서관은 노년층의 물리적인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들에게 흥미로운 활동을 제공하고자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노년층은 VR 헤드셋 사용법을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도서관 소파에 앉아 심해 다이빙부터 전 세계 먼 지역까지 가상현실을 통해 접할 수 있다. 도서관의 지역사회 혁신 이사인 게리 저미(Gary Jermy)는 “우리는 고령자들을 위해 안전하며 폭넓고 장벽이 없는 장소를 제공하고 싶다”고 밝히며, “도서관의 숙련된 직원들의 도움으로, 고령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면서 엄청난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리는 “가상현실은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고, 정신 활동을 자극하며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이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년층을 위한 가상현실 프로그램 (출처 : 브랜트공공도서관, Brant Public Libraries 웹사이트)
장벽 없는 도서관은 장벽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공생하는 사회를 구현하는 시작점일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벌금 없는 도서관을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장벽을 점차 낮추고 허무는 작업은 끝내 장벽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공생할 수 있도록 전 세계 도서관에서 장벽을 허무는 작업이 시작되기를 희망해본다.
청소년-노년이 짝을 이뤄 열띤 토론을 하는 도서관 지난 5월, 미국 브루클린공공도서관은 ‘자유로운 노년’이라는 주제로 노년층을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매년 노년층을 대상으로 행사를 하는데 올해로 7회를 맞이했다. 이번 행사는 55세 이상의 시민들이 노년층을 위한 도서관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지역사회가 고정관념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기회를 제
독서광 친구의 집 같은 페미니즘 도서관 지난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향하는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 설렘도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페미니즘 전문 도서관(Közkincs Könyvtár)을 방문할 수 있다는 설렘이 은근히 컸다. 하지만 방향 감각은 설레는 마음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도서관 웹사이트에 있는 주소의
우크라이나의 도서관을 다시 짓는 비정부기구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도서관 155개가 파괴됐고, 298개의 도서관이 훼손됐다고 한다. 이에 세계기념물기금(World Monuments Fund)과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이 복구 작업에 나섰다. 세계기념물기금은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Chernihiv) 지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