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향하는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 설렘도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페미니즘 전문 도서관(Közkincs Könyvtár)을 방문할 수 있다는 설렘이 은근히 컸다. 하지만 방향 감각은 설레는 마음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도서관 웹사이트에 있는 주소의 안내대로 분명히 따라왔는데도 우체국 건물만 있을 뿐 도서관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전형적인 도서관으로 보이지 않는 건물의 초인종을 누른 친구 덕분에 페미니즘 도서관을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도서관이 있는 건물은 외부나 내부 모두 아파트처럼 거주 공간으로 보였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 낯섦과 달리, 도서관은 따뜻하고 개방적이었다.
도서관 설립자인 앤토니아 버로스(Antonia Burrows)가 환한 미소로 맞이하며 도서관의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었다. 앤토니아는 1988년에 처음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방문했다. 이후 1990년대에 부다페스트에 있는 외트뵈시로란드대학교(Eötvös Loránd University)에서 젠더 연구와 함께 페미니즘에 대해 강의했다. 그리고 2000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돌아가 15년 동안 책을 모았다.
페미니즘 도서관을 부다페스트에 설립한 이유를 묻자 앤토니아는 “헝가리의 상황이 여성에게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것을 알았지만, 여기에 도서관을 만들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2015년부터 운영해온 도서관에는 현재 1만 5천 권 이상의 도서가 있으며, 소장 도서 중 헝가리어, 독일어, 프랑스어로 된 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영어로 된 책이다. 젠더, 인종 등에 관한 사회과학 도서뿐 아니라 예술, 음악, 여행에 관한 책, 소설, 시, 아동도서 등 다양한 책이 있다. 세계적인 여성학자 앤 퍼거슨(Ann Ferguson), 사회비평가 크리스토퍼 래시(Christopher Lasch), 소설가 옥타비아 버틀러(Octavia E. Butler)의 책들을 책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많은 책 중에 한국어로 된 책이 없고 한국의 페미니즘에 대한 책이 한 권도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책장 곳곳에 도서를 분류한 주제가 적힌 메모가 있고, 천장에 닿을 듯 높고 커다란 책장 앞에 각기 다른 소파와 의자가 놓여있었다. 책을 대출해가기보다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아늑한 분위기였다. 티끌 하나 없이 잘 정돈된 도서관이 아닌, 독서광 친구 집의 정겨운 서재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분위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할 수 있는 사람은 도서관 회원으로 제한된다. 도서관 회원은 소장 도서의 복제본을 대출할 수 있으며, 도서관에서 30시간 이상 자원봉사 활동을 한 사람도 도서관 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무래도 도서관이 지금까지 앤토니아의 사비로 운영되고 있어서, 1년에 1만 5천 포린트(한화 약 5만 7천 원)의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는 회원이나 자원봉사로 도서관 운영을 돕는 회원에게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수긍이 갔다.
“도서관에서 북클럽, 영화클럽, 토론, 강의 등 여러 행사가 진행되는데 도서관 이용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주최하고 진행한다”고 앤토니아는 설명했다. 정말 앤토니아가 행사를 주최하지 않는지 다시 물어도, “모든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열었을 뿐”이고 “도서관 이용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행사를 주로 진행한다”고 앤토니아는 강조했다. 도서관에서 진행될 다양한 행사와 더불어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페미니즘 관련 행사에 대한 책자나 배지 등을 모아 놓은 탁자가 이 도서관의 열린 역할을 보여주고 있었다.
영국 런던동물학회(ZSL, Zoological Society of London)가 운영하는 프린스필립도서관(ZSL’s Prince Philip Zoological Library & Archives)은 세계 주요 동물학 전문 도서관 중 하나인 만큼 방대한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20만 권 이상의 도서, 5천여 개의 논문, 동물원·아쿠아리움 등과 관련한 협회의 회의 자료, 동물 관련 사진이나 그림 등이 있는데, 동물원 관리 매뉴얼이있는 것이 특별하다. 이 매뉴얼은 다양한 동물원의 모범 사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동물원에 새로운 종의 동물이 도착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1826년에 건립된 만큼, 도서관은 16세기부터 현재까지 출판된 도서와 1860년대부터 찍은 동물 관련 사진을 소장하고 있어서 멸종 동물에 관한 자료가 풍부하다. 도서관에서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런던동물원의 기록물도 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다. 희귀하고 귀중한 자료가 많아서인지 도서관 방문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예약자에 한해 가능하며, 방문 일자 하루 전에 이메일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역사적인 책이나 작품 등 이 도서관의 특별한 소장품을 열람하고 싶다면 방문 일자보다 일주일 전에 이메일로 예약해야 한다.
1950년 이전에 출판된 도서나 그림 등 몇몇 자료들은 대출할 수 없지만, 도서관 이용자는 한 번에 두 달 기한으로 책을 대출할 수 있으며다른 이용자가 대출을 요청하지 않는 한 대출 기간이 자동으로 갱신된다. 도서관은 방문 학자들에게 도서관의 희귀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해 그들의 연구를 지원한다. 지금까지 도서관 방문 학자들은 18세기에 동·식물을 세밀한 그림으로 기록한 마크 캐츠비(Mark Catesby)의 저서, 19세기 박물학자인 브라이언 호지슨(Brian Houghton Hodgson)의 인도 조류 그림, 영국의동물학 발전사 등을 연구했다. 현재도 두 명의 방문 학자들이 도서관의 자료를 활용해 1950년대~1960년대의 런던동물원과 자연사 TV, 1847년~1903년 동안의 런던 동물학회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12월, 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큰 사진 전문 도서관 디칸센터(Dikan Center)가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개관했다. 가나 출신의 사진작가 폴 닌슨(Paul Ninson)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접할 수 없는, 아프리카에 대한 사진책을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할 때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규모가 커지면서 사진 교육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서점과 미술관, 개인 수집가들로부터 기부를 받았다”고 설립 배경을 밝혔다. 이외에도 폴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 도서관을 설립했고, 도서관은 라이프(Life) 잡지에서 일했던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진작가 고든 파크스(Gordon Parks)의 작품집을 포함 그가 수집한 3만여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
1840년대 초, 탐험가들과 식민지 총독들에 의해 서아프리카 지역에 사진이 전래됐다. 이후 서아프리카의 사진 역사는 조지 루터로트(George Lutterodt)와 같은 순회 사진작가들이 1870년대에 팝업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20세기에 세이두 케이타(Seydou Keïta), 말릭 시디베(Malick Sidibé), 제임스 바너(James Barnor)와 같은 선구적인 사진작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서아프리카의 사회적·문화적·정치적 변화를 포착했다. 폴은 이 도서관이 아프리카 예술가들의 업적과 역사를 기리는 공간이자 새로운 사진작가들에게 영감과 자원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도서관에는 전시관과 강의실도 있어서 사진을 포함한 시각예술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나 시각예술가들을 위한 전시,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독학으로 사진작가가 된 데이비드 안사(David Nana Opoku Ansah)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았는데, 이 도서관의 자료들은 깊이가 있어더욱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보물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도서관에서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사진 저널리즘 및 다큐멘터리 자격증 프로그램은 올해 12월까지 진행되는데, 아크라 외부 지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국적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재정적 한계가 결코 학생들의 꿈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이런 재정적 지원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서관도 물론 필요하지만, 깊이를 더해가는 전문, 특화도서관의 존재감이 꽤 묵직하다. 전 세계에 좀 더 많은 전문 도서관이 건립되고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전문 도서관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세상의 깊이도 충실해질 것이다.
2026년 개관 예정인 캐나다의 ‘아디소케’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 및 기록 보관소인 ‘아디소케(Ādisōke)’가 2026년 개관을 목표로 캐나다에서 건축 중이다. 아디소케는 북미 오지브와족의 멸종 위기 언어인 아니시나베모윈(Anishinābemowin)어로 ‘스토리텔링’을 뜻하는데, 도서관이 세워지는 장소의 원주민 원로들과 지역사회의 의견을 받아들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는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고려한 기업 활동이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새로운 유럽연합 지침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기업들과 유럽연합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곧 유럽연합 ESG 관련 분류
지난 5월, 스페인 극작가 로페 데 베가(Lope de Vega, 1562~1635)의 새로운 희곡 작품 《프랑스 여성 로라(La Francesa Laura)》가 출판됐다. 스페인국립도서관에 숨겨져 있던 이 작품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발견했기 때문에 이번 출판이 더욱 의미 있다. 이 작품은 국립도서관의 기록보관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