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얼마 전 열린 제29회 독서문화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이들을 만나본다.
지난 9월 1일 개최된 2023 대한민국 독서대전에서 제29회 독서문화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독서문화상은 독서문화 확산과 진흥을 위해 노력한 이들을 발굴하고 격려해 책 읽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제도로, 올해도 3개 단체와 20명의 개인에게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장관 표창이 수여됐다. 독서의 즐거움을 더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제29회 독서문화상 대통령 표창 – 보물섬남해독서학교
보물섬남해독서학교는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시작한 독서토론학교다.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13년 동안 지역 청소년들이 창의적 사고력과 균형 잡힌 인성을 가진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써온 곳이기도 하다.
남해군에서 운영 중인 화전도서관을 강의실로 활용하는 보물섬남해독서학교에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이들을 위한 핵심 교육과정은 독서토론과 글쓰기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은 선정된 책을 읽고 격주로 모여 토론과 글쓰기를 함께하며, 그 밖에도 1년에 1~2회 진행되는 독서기행, 방학을 활용한 1박2일 독서캠프,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매년 신입생을 모집하는 보물섬남해독서학교의 입학생 수는 해마다 다르지만, 보통 70명에서 120명 사이다. 2023년 현재 13기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총 1,091명이 입학했고, 12기까지 총 859명의 학생들이 보물섬남해독서학교를 수료했다. 올해는 70명의 학생들이 보물섬남해독서학교의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보물섬남해독서학교의 학사 운영은 일반 학교와 비슷하다. 교장을 대표로 하여 사무국과 교육국이 있으며, 학사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거의 전원 합일제로 결정한다. 현재는 현직 교사들을 비롯해 20여 명의 시민이 운영진으로 참여해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시작되었다는 것이 남다릅니다. 또한 타 독서문화 프로그램은 독서동아리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많은데 우리는 독서학교의 개념으로 운영합니다. 그래서 지도 선생님도 여러 명이고, 일반 학교와 비슷한 조직을 갖추고 있습니다. 읽기, 토론, 쓰기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지만, 민주시민의 핵심 소양인 토론을 중시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독서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독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Q.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학생이 몰려와 걱정 아닌 걱정을 한 적이 많습니다. 찾아온 모든 학생들과 함께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려보낼 때 운영진들 모두 마음이 참 아픕니다. 동시에 함께 소통하면서 책을 읽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망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보물섬남해독서학교에는 4~5년 동안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하고 문장 한 줄을 쓰는 것도 힘들어했던 학생들이 논리 정연하게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질서 있게 표현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보물섬남해독서학교를 통해 아이들의 내면이 변하고 성장한 것이겠죠.”
Q. 우리나라 독서문화진흥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새마을운동처럼 마을 독서 프로그램이나 취약계층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 등을 지방자치단체나 공공도서관에서 많이 만들었으면 합니다. 예를 들면 '책 읽는 마을 운동'을 전국적으로 진행해서 거미줄 같은 책 생태계가 조성되면 독서문화와 더불어 국민들의 교양과 문화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물섬남해독서학교와 같은 비영리 독서문화학교를 많이 설립했으면 합니다. 독서학교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위한 좋은 모델로서 독서문화진흥에 이바지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제29회 독서문화상 최고 훈격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물섬남해독서학교는 청소년들이 꿈을 찾고, 자신이 꿈꾸는 대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게 성찰과 지혜를 주고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물섬남해독서학교 13년의 성과를 국가가 인정해 준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물섬남해독서학교의 설립과 발전에 기여한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며 남해군민과 함께 더욱 성장하는 학교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제29회 독서문화상 국무총리 표창 – 최준영 책고집 대표
작은도서관 ‘책고집’은 수원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자 독서공동체로,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곳이다. 책고집의 설립자 최준영 대표는 20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인문학 강의를 진행해온 인물로, 인문학 강좌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할 공간을 구상하던 지난 2019년, 인문독서공동체 책고집(수원시 등록 작은도서관)을 설립했다. 설립 첫해부터 무려 70여 차례 인문학 강좌를 진행했을 정도로 책고집은 인문학과 과학 강좌에 열정적이다.
책고집의 다양한 활동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인문독서 진흥 활동이다. 2004년부터 뜻을 같이한 사람들과 함께 노숙인 인문학 강좌를 기획했던 최준영 대표는 2005년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에서 22명의 수강생을 모집해 국내 최초로 노숙인을 위한 인문학 강좌(성프란시스대학)를 개설한 바 있다. 책고집 설립 이후에도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강좌는 계속되고 있으며, 대상을 노숙인뿐만 아니라 미혼모, 탈학교 청소년, 어르신, 교도소 재소자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번 상은 저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 저와 함께 고집스럽게 책을 읽어온 책고집 회원 모두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을 통해 삶의 의미를 성찰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온 노숙인, 어르신, 미혼모, 재소자에게 주는 상이라 믿습니다. 20년 동안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5년 전 작은도서관 책고집을 설립했습니다.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저를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기에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지금껏 해왔던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가라는 준엄한 명령이자 격려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인문학의 기쁨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노숙자와 저소득층을 위한 독서활동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문학 과정에 참여한 노숙인이 방탕한 생활을 정리한 후 가족과 재회하기도 했고, 젊은 나이에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던 청년이 인문학 과정에 참여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술을 끊고 다시 공부해 보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청년은 지금 사이버대학에 다니며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고 있고요.”
Q. 우리나라 독서문화진흥을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선 학교에서 독서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학교가 단지 지식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라 책 읽는 방법과 책 읽기의 의미를 알려주고 독서를 습관화하도록 도와주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에 나와서도 습관적으로 책을 읽게 될 것이고, 저마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게 되면서 보다 원숙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독서 관련 예산이나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책 읽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미디어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책의 효용과 가치를 잊지 않도록 민과 관이 합심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독서문화의 첨병이자 최전선인 지역 도서관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함께,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독서 동아리 활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더라이브러리>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쟁이 나도 도서관은 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나를 만든 건 어린 시절 자주 찾았던 동네 도서관 덕분이라고 말했던 빌 게이츠도 생각납니다.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을 보듬어준 공간으로 기억됩니다. 사서님들과 그 외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모든 분이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단초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은 그런 곳입니다.”
제29회 독서문화상 국무총리 표창 – 공정자 안성시립도서관 과장
안성시립도서관의 공정자 과장은 책배달·책읽어주기 서비스를 통해 지역사회 정보취약계층의 독서문화진흥을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독서문화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안성시립도서관의 책배달·책읽어주기 서비스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도서관 서비스 확장을 위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것이 시작이었다. 안성시 읍·면·동 전 지역에 직접 찾아가 책읽어주기 교육 등을 진행하며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그 결과 도서관을 찾아오기 힘든 이들도 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책배달 서비스는 2019년 코로나19로 인해 막을 내리고 말았다.
코로나19로 도서관이 오랫동안 휴관하던 지난 2020년, 안성시 일자리경제과에서 책배달 서비스 일자리사업을 제안하면서 책배달 서비스가 다시 부활했다. 2021년부터는 책배달 외에 책읽어주기 서비스를 추가하고, 독서지도 활동가 12명을 공개 채용해 지속적인 교육을 진행하며 전문성을 높였다. 현재 이들은 2인 1팀이 되어 안성시 전역에서 그룹홈, 다문화가정, 장애아동, 저소득층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의 어린이에게 책배달(2주에 1회)과 책읽어주기(1주에 1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아 올해 독서문화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공공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로 평소에 독서 진흥에 관심이 많았는데, 독서문화상을 받게 되어 개인적으로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각계 분야에서 저보다 열심히 노력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부족한 제가 영예로운 상을 타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얼마나 많은 인원이 책배달과 책읽어주기 서비스 혜택을 받았나요?
“2020년 서비스가 다시 시작된 첫해에는 4개월간 58가정의 어린이 86명에게 비대면 책배달이 이뤄졌습니다. 2021년에는 7개월간 54가정 81명에게 책배달 서비스를, 45가정 101명에게 책배달과 책읽어주기 서비스를 제공했고요. 2022년에는 8개월간 67가정 103명이 책배달, 36가정 55명이 책배달과 책읽어주기 혜택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3년 차를 맞이한 어린이 참여자를 포함해 책배달 67가정 102명, 책배달과 책읽어주기 45가정 71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어떤 때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취약계층 어린이일수록 가정 환경상 책을 쉽게 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한 독서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격차, 교육 격차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어린이의 경우 어른들의 도움과 환경이 중요합니다. 책배달·책읽어주기 사업 참여자 후기에 따르면, 주마다 새로운 책이 배달되어 다양하고 많은 책을 볼 수 있었고, 대다수의 참여 가정에서 자녀가 이전보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됐으며 책 읽는 습관이 형성됐다고 합니다. 1년차 때보다 꾸준히 3년차까지 진행했을 때 효과는 더욱 긍정적이었고요. 도서관을 통해 취약계층 어린이들에게 독서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독서문화진흥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평상시 생각하신 바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독서문화진흥을 위해서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도서관계, 출판계, 교육계 등 다양한 분야가 협력해야 합니다. 특히 공적인 영역에서 다방면으로 국민독서진흥 캠페인을 펼쳐야 할 텐데, 여러 공공기관 중 독서진흥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은 도서관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도서관은 곳곳에 건립되어 이전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안타깝게도 독서량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생애주기별 독서진흥사업을 지속적으로 활발히 전개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의 확충이 더욱 필요합니다.”
Q. <더라이브러리>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득수준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와 교육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독서 습관은 나이가 어릴수록,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실행할 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취약계층 어린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장애인, 어르신 등 다양한 유형의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영역의 서비스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매년 10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소도시 지역의 도서관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이뤄진다. 과학자들이 직접 도서관을 찾아가 수준 높은 강연을 재능기부로 진행하는 ‘10월의 하늘’ 덕분이다. 올해도 전국에서 개최됐던 10월의 하늘 현장 중 한 곳을 함께해보자. 오늘의 과학자가 내일의 과학자를 만나다‘10월의 하늘’은 중소도시 도서관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 한 도시’ 독서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되는 공공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관심과 참여를 높이고 있다. 2024년에도 이 캠페인을 이어나갈 예정인 인천광역시교육청서구도서관을 만나보자.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된 ‘한 책, 한 도시(One Book, One City) 독서운동
도서관 외에도 대형서점, 독립서점, 북카페 등에서 북큐레이션이 다양하게 서비스되고 있다.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장을 만나 북큐레이션의 최신 트렌드와 북큐레이션 담당자와 이용자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미술과 예술 분야에서 사용하던 ‘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다양한 분야에서 보이고 있다.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먼저 골라준’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