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우리나라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마스크를 자유롭게 쓰고 벗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그렇다고 지금의 일상이 코로나19 발생 전으로 돌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학교를 마음대로 가지 못했던 청소년의 교육과 건강 문제는 코로나19 발생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영국과 웨일스 모든 공공도서관의 리딩웰 프로그램
영국과 웨일스의 모든 공공도서관은 지난 10월, 청소년을 위한 리딩웰(Reading Well)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과 웨일스의 도서관장협회, 리딩 에이전시(The Reading Agency)가 협력해 개발했으며 공공도서관에서 제공한다. 13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은 리딩웰 프로그램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자신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리딩웰 프로그램에서는 청소년이 건강한 정신뿐 아니라 감성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리딩웰 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추천도서 목록은 주요 도서관, 영국 심리학회, 영국 상담·심리 치료협회, 왕립 정신의학과 대학 등의 전문가들이 함께 선정했는데, 팬데믹 이후 상황에서의 건강과 행복에 중점을 뒀다. 영국 슈롭셔 문화·디지털 위원회의 일원인 롭 기틴스(Rob Gittins)는 “취약함을 느끼거나 본인의 현재 상황에 의문을 던지는 청소년들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주고자 한다”며, “사람들이 리딩웰 프로그램의 추천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슈롭셔 지역의 도서관에 찾아와 더 많은 것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캐런 네이피어(Karen Napier) 리딩 에이전시 대표는 “우리는 즐거운 독서가 정신 건강 그리고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청소년을 편견 없이 환영하는 공공도서관에서 리딩웰 프로그램이 추천하는 책을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도서 목록은 다양한 독해 수준을 고려했고, 감정 관리, 불안, 우울증, 정신 건강 등 여러 주제와 장르의 책을 포함했다.
시카고 81개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81 클럽’
미국 시카고 도서관은 지난 12월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81 클럽(The 81 Club)’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81 클럽은 시카고 공립학교와 협력해 시카고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야심찬 상상력을 장려하고자 시작되었다. 81 클럽 카드를 발급받은 청소년은 시카고에 있는 81개의 도서관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데, 도서관의 책, 오디오북, 디지털 자료뿐만 아니라 숙제 도우미(Homework Help)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또 ‘Sora’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81개의 도서관과 시카고 공립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부모의 신분증이나 부모가 서명한 신청서가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었던 도서관의 장벽을 허물어, 청소년이 81개의 도서관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다양하게 독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시카고 공공도서관이 최근 연체료를 없애고 주 7일 운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도서관은 청소년을 위해 ‘유미디어(YOUmedia)’라는 공간도 특별히 마련했다. 이 공간에는 노트북, 카메라, 음악·게임 장비, 3D 프린터 등이 갖춰져 있어서 청소년은 도서관 직원의 도움을 받아 자신만의 음악, 영상, 3D 디자인 등을 만들 수 있다.
미국 뉴욕시 도서관이 기업, 기관과 협력해 만든 청소년 공간
청소년이 도서관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업이나 기관과 협력한 사례도 있다. 지난 10월, 미국 뉴욕시는 구글, 베스트 바이 재단(Best Buy Foundation), 졸리 가족 재단(Joly Family Foundation)과 협력해 도서관에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더 많이 마련하기로 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벌어진 교육 격차를 줄이고, 뉴욕시에 있는 도서관을 방문하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에릭 애덤스(Eric Adams) 뉴욕시장은 “청소년을 위한 공간에서 청소년들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서로 어울리며 협력하는 방법을 습득하고, 사회적·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중 브루클린 공공도서관의 청소년 프로그램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브루클린 공공도서관은 프로그래밍 언어, 비디오 게임 디자인, 로봇 공학을 포함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14세에서 18세 사이의 청소년을 위한 ‘Teen Techie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은 2주 동안 진행되는 컴퓨터 관련 기술 워크숍을 수료한 후, 적어도 6개월 동안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야 한다. 워크숍에서 배운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도서관 이용자들이 디지털 자료를 사용하는 것을 도와주고, 도서관 직원의 컴퓨터 관련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컴퓨터 교육 준비를 돕는다. 또 포럼을 통해 청소년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토론하거나 성취 경험을 공유한다.
지난 1월, 브루클린 공공도서관은 9세에서 17세 사이의 청소년을 위한 로봇 리그도 개최했다. 참가 청소년들은 LEGO EV3처럼 레고 기술과 코딩을 결합한 로봇을 준비했다. 부쉬윅에서 온 두 소년이 두 시간 30분 동안 가장 많은 임무를 완수하는 로봇을 만들어 이번 리그의 우승을 차지했다. 두 소년의 리그 준비를 도왔던 워싱턴 어빙 도서관 사서 사만다 에드워즈(Samantha Edwards)는 “이 로봇 리그는 단지 로봇을 만들고 코딩하는 데 그치는 경기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도서관협회의 ‘내가 사랑하는 사서’ 상
미국 에번스턴 공공도서관의 혁신·디지털 학습 담당자인 일랙샤 매디슨(Elacsha Madison)은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의 ‘내가 사랑하는 사서(I Love My Librarian)’ 상을 수상했다. 미국 전역의 도서관 이용자들이 전문성, 헌신,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도 등을 따져 내가 사랑하는 사서 상 후보를 추천하면 그중 선정된 몇몇 사서에게 상이 주어진다. 천 500명이 넘는 올해의 후보자 중 일랙샤는 에번스턴의 소외된 지역사회에서 청소년 봉사활동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융합 교육(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and Math) 프로그램을 제공한 특별한 성과로 ‘내가 사랑하는 사서 상’의 주인공이 됐다.
일랙샤는 일리노이도서관협회의 지원을 받아 팀원들과 함께 매년 ‘Cardboard Carnival’이라는 코딩 행사를 개최하는데, 5학년에서 8학년 사이의 청소년들이 이 행사에서 코딩 기술을 접하며 배울 수 있다. 지난여름 일랙샤는 에번스턴의 청소년들을 위해 공원과 학교 주차장으로 도서관의 미니버스를 몰고 가서 팝업 도서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일랙샤는 “청소년과 우리 지역사회 사람들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일랙샤는 “자랄 때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잘해줬는데, 그들이 저에게 잘 대해주었던 것처럼 저도 청소년들과 지역사회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등학생인 아시 미슈라(Aashi Mishra)는 지난해 미국 뉴저지에 있는 웨스트필드 도서관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딩 수업을 진행했다. 아시는 학교에서 기초 코딩 언어를 배웠는데 코로나19로 학교가 봉쇄되었을 때 파이썬, 자바스크립트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독학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갑자기 넉넉하게 주어진 시간을 아시처럼 알차게 보낸 청소년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없어 우울하거나 인생에 대한 회의감과 허무함을 느꼈던 청소년들이 꽤 있었을 것이다. 이제 청소년은 시간을 원하는 대로 계획하거나 활용하고,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있다. 도서관이 청소년에게 다채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청소년은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하고더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1. The Reading Agency, https://readingagency.org.uk/news/media/reading-well-for-teens-launches-in-public-libraries-across-england-and-wales-on-10th-october-2022.html
6. “Tiny team from Bushwick branch wins Brooklyn Public Library Robotics League Championship”, 2023. 1. 31., https://www.brooklynpaper.com/bushwick-branch-bpl-robotics-cham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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