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고등학교 문창과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며 나아가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남산도서관이 2011년부터 운영해온 남산문학아카데미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문학교육의 충실한 장이 되고 있다. 남산문학아카데미를 통해 예비작가 지망생으로서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Q 학창시절 남산도서관 ‘남산문학아카데미’를 통해서 문학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A 라현서: 중학교 1학년 때 글 쓰는 데 관심을 보이던 제게 학교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걸 계기로 남산문학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대해 배우면서 좋았던 점은 제 글을 누군가 읽어준 뒤 소감을 말해주는 것과,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또래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중학생 때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어서 학교에서 저처럼 글 쓰는 취미를 가진 친구를 찾기가 정말 어려웠거든요.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제 글을 보여주는 걸 굉장히 부끄러워했는데, 친구도 글을 쓴다고 하면 그 글이 궁금해서라도 서로 글을 보내주고 감상도 보내주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제 글에 대해 스스로는 못 본 장점이나 고치면 좋을 부분을 알아가는 일들이 엄청 즐거웠어요.
A 이수빈: 남산문학아카데미를 다니기 전에는 표현하지 못해서 답답했던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무턱대고 혼자서 글을 썼어요. 그래서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언어로 정돈하기 위해 스스로를 헤집어보고 그걸 문학적으로 정리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그런 이유로 글을 꾸준히 쓰는 것도 벅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글을 꾸준히 써보고 싶어서 남산문학아카데미를 시작했는데요, 문학적인 언어에 대한 이론을 배우기도 하고 또래 친구들의 글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스로와 주변을 더 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 덕에 글을 쓰면서 느꼈던 어려운 점들을 해결할 수 있었고요. 전보다는 자연스럽게 꾸준히 글로 표현하게 되면서 마음속에 꾹꾹 눌러두었던 것들을 풀어내니까 삶에 여유가 생겼고, 스스로에 대한 애정도 늘어났죠.
A 조수진: 남산문학아카데미는 저에게 많은 문학 작품, 10대 학생들이 쓴 작품부터 실제로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의 작품까지 여러 문학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였고, 꾸준히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특히 합평 시간에 내가 쓴 작품을 첨삭받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남의 글을 첨삭해보기도 하면서 글 쓰는 능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 남의 글을 볼 때 어느 부분을 중점으로 봐야 하는지도 잘 알게 되어 그런 과정 속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Q 김수 선생님은 남산문학아카데미를 거쳐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A 김수: 저는 입시 원서를 넣어야 하는 열아홉 살 봄까지 꿈이 흐릿하던 사람이었어요.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에 맞는 꿈은 없었으나 대입 원서를 작성해야 했으므로 그나마 좋아하던 책 읽기의 취미를 살려 문예창작과에 원서들을 넣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학원을 잘 다니지 않는 집안에서 자라 입시 학원도 가지 않았어요. 배운 것은 남산문학아카데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현직 작가분들과의 만남이 전부인지라, 제가 이렇게 문예창작과에 재학할 수 있게 된 데는 그때 배운 공부들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 저는 어렵게만 느꼈던 글쓰기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 아니며, 아주 작은 일상의 관찰에서도 실행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것을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제 마음에 새겨 작은 관찰로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Q 선배로서 남산문학아카데미 수업을 듣고 있거나 문학아카데미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김수: 남산문학아카데미를 수료한 선배이자 이곳에서 새로 학생들을 매달 가르치고 있는 리더의 입장으로서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수업에 참여하고 과제물을 내주는 것이 스스로 너무 대단하고 기특해요. 저는 전에 말했듯 고3이 되어서야 이 아카데미를 알고 늦게 문학 공부를 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출석을 부르면서 보면 대부분 중학생이나 고1, 고2 친구들이에요. 제가 가르치는 건 앞선 아카데미를 다 수료해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도요. 꾸준히,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모여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점이 대단한 거죠. 저보다 더 일찍 문학에 관심을 보이고 글쓰기를 시작한 만큼 모든 아카데미를 수료했을 때 저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것 같아 기대됩니다.
제가 해보니 글은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지만, 한 살 두 살 어렸을 때 형성되는 책 읽는 습관, 글 쓰는 버릇, 독해력 같은 것들은 글을 쓰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는 않더라고요. 중고교 시절 이렇게 남산문학아카데미에 참여하며 생긴 읽고 쓰는 습관은 그 언젠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꾸준함으로 몸에 남아 학생들에게 보답이 될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Q 어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가요. 이를테면 내가 꿈꾸는 10년 후의 나의 모습은?
A 김수: 일분일초가 아깝게 흘러가는 이 세상에서 제 이름을 걸고 나온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반드시 이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A 라현서: 저는 원래 딱 한 권이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차게 담은 책을 낸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요, 여러 작품을 배우다 보니 다양한 글을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또 많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다양한 사람들이 읽으며 즐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종이책 말고도 좀 더 접근하기 쉬운 SNS 같은 곳이나, 아마 10년 뒤 새로 생길 다양한 창구들을 통해서도 제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A 이수빈: 다른 사람과 공감대가 잘 맞는 작가가 되는 게 최종적인 꿈인 것 같아요. 저의 시선을 담아내어 글을 쓴다고 해도 결국 글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상호작용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공감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타인과 저의 공감대를 맞추는 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요.
A 조수진: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프랑스 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인데요, 이 작가의 작품인 《나무》 《고양이》를 통해 소설 읽기에 재미를 붙였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저는 이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느꼈는데요, 저도 나중에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까지 줄 수 있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Q 나에게 남산문학아카데미란?
A 라현서: 정말 말 그대로 ‘힐링’이에요. 문학 작품을 배우거나 친구들이 써 온 글들을 보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에 크게 느꼈어요. 다양한 생각을 존중한다면서도 결국엔 답지가 있는 학교 문학 수업과 달리, 정말 순수하게 저마다의 해석을 말하고 또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자유롭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답을 맞히려 전전긍긍하면서 말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글을 읽고 글의 내용과 그 내용 속에 담긴 사회에 대해서까지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작가의 꿈을 잊어버리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도서관 수업에서 생각하고 대화하다 보면 쓰고 싶은 것도 계속 생기더라고요.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선생님들을 직접 만난다는 점도 글 쓰는 걸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웠는데요, 그래서인지 남산문학아카데미 수업을 들을 때면 힐링하는 느낌이에요. 계속해서 꿈을 꿀 힘이 솟아나게 하니까요.
A 이수빈: 제게 남산문학아카데미는 삶의 연장을 도와준 수업이에요. 숨 하나까지 표출하고 싶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 정교하게, 계속해서 글로 표현하여 내뱉을 수 있도록 배운 곳이거든요. 덕분에 전보다 마음 편히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A 조수진: 저에게 남산문학아카데미란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준 길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글 쓰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저는 막연히 관심만 가지고 있었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며 예비작가반 교실부터 지금 문학 동아리 활동까지 차근차근 배워왔고, 이 과정을 통해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흥미와 관심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남산문학아카데미는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드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저에게 남산문학아카데미는 새로운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 김수: 제 열아홉 한 해 가장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게 이끌어준 양치기? 제가 양띠거든요.
Q 끝으로, 남산문학아카데미를 애정하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라현서: 저 같은 학생이 ‘글쓰기를 배운다’라고 생각하면 입시 학원이 떠오르고, 진로를 결정하는 기분에 왠지 부담스럽잖아요. 그런데 남산도서관 수업은 그냥 책을 읽으러 가기도 하는 도서관에서 작가 선생님들께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게 기뻤고, 덕분에 수업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열리는 배움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또 좋은 수업도 모르고 지나치는 친구들이 많은데, 도서관에서 책만 빌릴 수 있는 건 아니란 사실이 많이 알려졌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작가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는 분들을 응원한다는 말을 전하겠습니다.
A 조수진: 이번 인터뷰를 통해 남산문학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알릴 수 있게 되어 매우 뿌듯합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남산문학아카데미에 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A 이수빈: 저희가 문학을 한다고 공부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 걱정하지 마세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The Liverary에서는 2022년 9월 창간호부터 다독가들을 운영하고 있다.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로,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되어 독자들의 호응이 큰 연재물이다. 이번에 The Liverary 에디터 팀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