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이 서울 시내버스 파업 첫날이었고, 그는 종로에서부터 성수동까지 자전거로 왕복했다.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 시스템에 대한 통합적 논의를 다룬 책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저자인 조천호 박사는 우리의 기후위기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강조한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조천호 박사에게서 들어본다.
*영상 차례
00:52 빨간 지구
03:45 한국은 기후 불량 국가
04:37 이상기후와 기후변화
06:04 속도가 중요하다
07:36 사회적 약자에게 취약한 기후변화
10:32 화석연료 문명
11:58 미래세대와 기후변화
14:11 기후변화는 사기
17:31 기후위기는 곧 식량문제
20:04 탄소세 부과
23:31 기후위기 주제 책 추천
26:53 개인의 실천
31:24 연대와 참여
더 라이브러리(이하 ‘더’): ‘파란하늘 빨간지구’라는 제목에는 강한 색채 대비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미 ‘빨간 지구’에 들어와 있다고 보시나요?
조천호(이하 ‘조’): 보통 기후과학 분야에서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나 2도를 넘게 되면 위험에 빠진다고 표현해요. 그러면 1.5도, 2도를 넘으면 그 다음 날 우리가 절벽에서 똑 떨어지는 거냐, 그렇게 보기는 좀 어렵고요. 지금 우리가 1.5도, 2도를 넘는다고 하는 거는 지뢰밭의 철조망을 넘어섰다, 라고 저는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1.5도, 2도를 넘어서 처음 지뢰밭에 들어가면 발목지뢰 같은 걸 밟게 되겠죠. 근데 발목지뢰를 밟은 다음에 그래도 죽겠다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않지 않을까, 이런 기대를 저는 하고 있고요. 2025년 기준으로 지금 1.3도까지 올랐기 때문에 이제 거의 철조망 바로 앞에 와 있다. 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기후변화를 연구한 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 2005년 무렵부터였는데요. 그때는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후에 한 5도 내지 6도 정도가 올라야지 어떤 파국적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과학적 증거가 쌓이면서 굳이 5도, 6도까지 올라가지 않고 1.5도, 2도만 넘어서도 그런 파국적 위험에 들어가게 된다고 지금은 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위험이 과학적 증거가 쌓이면서 훨씬 더 명백하고 굉장히 뚜렷하게, 높지 않은 기온 상승으로도 이러한 위험이 일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탄소 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5년 이내에 1.5도를 넘는다는 거고요. 그다음에 위험선으로 긋고 있는 게 지구 평균 온도 상승 2도를 보고 있거든요. 2도는 현재 탄소 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하면 2050년경에는 반드시 돌파를 한다, 그렇게 보고 있어요. 이제 2도 이상까지 올라가게 되면 뭐가 문제냐,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아무리 위험에 빠졌다고 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만 있으면 괜찮은 건데, 2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문명을 이룩해왔던 이 안정적인 기후 조건에서는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2도를 좀 막아보자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더: 한국이 기후 불량 국가라는 게 사실인가요?
조: 그러니까 우리 정도 사는 나라들―우리가 선진국 아니에요―선진국들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최소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조금씩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서도 계속적으로 증가한, 그러니까 중국, 인도보다는 좀 덜하기는 하지만 거의 그 정도 수준으로 증가시켜버린 나라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화석연료에 기반해서 이만큼 잘 살게 되었고 그런 점에서 전 세계에 대한 어떤 책임이 있는데, 바로 그 책임에 반하는 세상을 끌어왔다는 측면에서 기후 악당이라든가 하는 공격을 받는 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기후변화를 ‘이상기후’로 인식합니다.
조: 이상기후라는 말은 과학계에서 쓰는 표현은 아니에요. 그런데 일반인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죠. 그러니까 예전보다 폭염이라든가 하는 것들이 굉장히 심하다, 그러니까 정상에서 벗어났다, 그러니까 ‘이상기후’다, 라는 표현을 쓴다는 거죠. 그래서 직관적인 측면에서는 쓸 수 있는 용어라고는 생각하고요. 그런데 보통 기후변화라고 하면 그런 극단적인 날씨 하나를 갖고서 기후변화가 일어났다고 보지는 않거든요. 과거에도 홍수도 있었고 가뭄도 있었고 폭염도 있었고 다 있었잖아요. 다만 그러한 극단적인 날씨들이 강도라든가 횟수라든가 이런 게 굉장히 일정한 방향으로 어떤 경향성을 보이는 것. 이거를 우리가 변화라고 부르거든요. 그러한 측면에서 한 번의 극단적인 날씨를 이상기후라고 보지는 않아요. 학문적으로는 바로 그 극단적인 날씨의 추세를 보고서 기후변화가 일어났다, 라고 보는 거죠.
더: 《파란하늘 빨간지구》에는 ‘속도’에 대한 경고가 반복됩니다.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 우리나라가 계절적으로 보면 여름철 최고 기온과 겨울철 최저 기온의 차이가 50도를 왔다 갔다 해도 우리는 별일 없이 너무 잘 살아가잖아요. 자, 여기서 우리가 봐야 하는 건 바로 그 변화의 크기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라는 거죠. 물론 이 변화는 어떤 지점에서의 변화가 아니라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의 변화라는 거고요.
우리 과학자들은 과거의 기온 변화를 굉장히 정확하게 알아낼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6천 500만 년 전 공룡이 멸종한 이후 6천 500만 년 동안의 기온 변화를 보게 되면 기온이 상승했다가 내려갔다가 하면서 빙하기, 간빙기 뭐 이런 변화들이 있었잖아요. 그건 사람이 일으킨 게 아니죠. 자연 스스로도 그러한 변화들이 일어났거든요. 자, 거기서 지난 6천 500만 년 동안 가장 빠르게 기온이 상승한 속도가 어느 정도냐면 천 년에 1도입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그런데 우리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100년 만에 1도를 올려놨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자연에서 가장 빠른 기온 상승 속도보다 이미 열 배나 빠르게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거죠. 자, 속도가 열 배가 됐다.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열 배인 시속 천 킬로미터로 달린다, 이건 완전히 차원이 달라지는 문제거든요. 마찬가지로 자연에서 가장 빠른 속도보다 열 배나 빠르게 변화가 확 일어난다. 그러면 기후가 균형을 잡고 있다가 그 균형이 무너지게 되겠죠.
더: 사회적 약자가 기후위기에 취약한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조: 오늘날 이 위기의 본질, 기후변화라고 하는 건 에너지 때문에 일어났다고 했는데, 그 에너지를 그러면 전 인류가 다 사용하기 때문에 전 인류의 책임이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보기는 어렵죠. 그러니까 소득 기준으로 따졌을 때 전 세계에서 소득 상위 10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전체 온실가스의 절반을 배출해요. 그다음에 전 세계 가난한 사람, 절반의 사람들은 전체 온실가스의 10퍼센트 정도밖에 배출을 안 하거든요. 대단히 불평등하죠. 바로 오늘날 이 세상의 대단히 불평등한 구조, 밑바닥에 있는 에너지와 자원을 끊임없이 위쪽으로 끌어올리는 이 불평등이 바로 오늘날 이 위기의 본질이라고 하는 것이고요.
자, 그러면 기후위기라는 게 부유한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 위기인데, 그러면 이 위기를 동일하게 우리가 나눠 갖느냐 하면 실제로 그렇지가 않다는 거죠. 굉장히 가난한 나라부터 바로 이러한 피해들이 있게 된다. 예를 들어서 지금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데 누가 가장 전면에서 피해를 보냐. 바로 태평양이나 인도양의 해발 고도가 낮은 섬나라, 방글라데시처럼 해발 고도가 낮은 나라가 침수를 당하는 상황에 있어요. 그다음에 우리나라에서도 홍수가 일어났다고 하면 누가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느냐. 산비탈이라든가 하천의 저지대에서 사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피해를 보거든요. 또한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일어나면 누가 가장 피해를 보게 되냐. 바로 나이 든 가난한 노인들이 피해의 첫 번째 순서가 돼요. 이러한 극단적인 날씨에 체질적으로 그걸 잘 견뎌내지 못하고요, 가난하다 보니까 쪽방 같은 데서 고립돼 있다가 사망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발생하거든요. 우리나라는 거기에다 하나가 더 더해지게 돼요. 우리나라에서는 야외 노동자들이 폭염에 많이들 사망합니다. 그러니까 건설 노동자라든가 택배 노동자라든가 농촌에서 땡볕에 일하시는 나이 드신 농민분들, 이런 분들이 주로 다 피해를 보고 있거든요. 특히 택배 노동자나 건설 노동자 같은 경우는 이분들이 다 일당으로 살아가잖아요. 그러니까 폭염 속에서 쉴 수가 없는 거예요. 오늘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폭염에 나가서 일하다가 피해를 보게 되는 거죠. 다시 말해서 오늘날의 위기는 바로 부유한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데 실제 그 피해는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한다는 것은 또한 정의의 문제라고 하는 게 바로 그래서입니다.
더: 기후위기를 사회 문제로 제기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어떤 게 있을까요?
조: 오늘날 우리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문명이라고 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화석연료를 통해 우리가 엄청난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것이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게 단순히 에너지의 문제냐 하면 여기에 바로 기득권―이건 기업도 되고 정치도 되고―이러한 모든 기득권이 또한 연결돼 있는 문제들 아니에요? 그러면서 오늘날 이 화석 문명의 강력한 연결망 속에 우리 사회의 약자라든가 미래 세대는 다 배제돼 있죠. 이 화석연료 문명이라는 거는 하늘에서 딱 이것만이 세상이야, 라고 주어진 게 아닙니다. 그냥 우리가 이렇게 만든 세상이거든요. 다시 말해서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거죠. 결국 화석 문명이라고 하는 게 지속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 그다음에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시킨다는 것. 그 안에 그러한 틈새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파괴시키면서 새로운, 지금까지 우리가 배제했던 사회적 약자라든가 미래 세대라든가 이러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연결망을 구축해내는 것.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보고 있어요.
더: 미래 세대가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 특히 살펴보면 좋을 강조점이 있을까요?
조: 미래 세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현재 환경 오염에서 굉장히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게 미세먼지잖아요. 미세먼지 같은 경우는 한 번 배출이 된 다음 대부분이 며칠에서 최대 일주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다 파괴가 돼서 자연적으로 다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서 미세먼지 문제는 그냥 우리 세대가 배출하고 우리 세대가 마셔버리고 우리 세대가 건강이 안 좋아지는, 그냥 우리 세대의 문제로 끝나요. 이거는 미래 세대랑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가장 오랫동안 공기 중에서 버텨내는 미세먼지가 일주일밖에 지속을 못 하니까요.
그런데 온실가스는 미세먼지랑 전혀 성격이 달라요. 얘는 한번 공기 중에 나오잖아요? 그러면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없어지지 않습니다. 누적된다는 것이죠. 자, 이렇게 누적된다고 할 때, 오늘날 우리 세대는 화석연료 태워서 엄청난 편의를 누렸잖아요. 그런데 미래 세대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누린 편익은 하나도 없이 앞 세대가 배출해놓은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위기를 다 감당하고 또 처리를 해야 한다는 문제들이 있죠. 우리는 편익을 누렸으면서 미래 세대들은 위험을 감당하라고 하는, 세대 간의 너무나도 정의롭지 않음의 문제라는 거죠. 그다음에 평균 기온 상승 2도를 돌파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현재 탄소 배출량을 그대로 유지하면 2050년에는 돌파를 하거든요. 그러면 현재 세대에는 또 문제가 없냐, 그렇지는 않아요. 현재 중장년층들은 노년에 그 일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죠. 또 우리 아이들은 더욱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삶의 거주지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 이 세상을 끌어가야 된다는 측면에서 바로 지금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더: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조: 중세 때는 천동설이 이 세상을 지배했잖아요.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을 이야기하면 화형까지 했다는 얘기도 있어요. 그에 비하면 우리는 참 양반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다만 그 당시에는 천동설을 주장하는 지배층의 권위에 의해서 그렇게 됐는데, 그 당시의 세계관은 천동설이어야지 그 모든 게 또 설명이 됐기 때문에 기득권들은 권력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죠. 그런데 그게 어떻게 무너졌나요? 바로 우리가 끊임없이 증거를 모았고 그 증거를 통해서 합리적인 논리가 세워졌어요. 그러면서 결국 천동설이 무너지고 지동설이 등장을 했고요. 그게 바로 근대 과학의 시작이기도 하거든요.
영국왕립학회는 그 모토가 뭐냐 하면 ‘모든 지배적인 권위에 대해서 도전하라’예요.그러니까 권위로써 “이 세상은 이런 거야”라고 설명하는 거에 대해서는 반드시 도전해야 한다, 저항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뭐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의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고 해도 그게 증거와 합리적 논리가 아니라 어떤 권위에 의해서 받아들이라는 거는 절대로 과학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고요. 과학에서는 증거가 있어야 하고 합리적 논리가 있어야 하고 그다음에 반드시 뭐가 있어야 되냐,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에 대해서 타인으로부터 검증과 반증이 반드시 들어오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과학은 절대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인간이 만들어 이해한 세계이기 때문에 틀릴 수 있다는 걸 가정하죠. 과학적 합리성의 출발은 ‘내가 틀릴 수 있다’라고 하는 것, 그래서 끊임없이 지금 현재는 정확하다고 보지만 그래도 그것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 앞에 서 있는 것, 그래서 항상 열려 있다라는 것. 이것이 바로 과학의 정신이고, 오늘날 기후변화는 그러한 과학의 합리성을 통해서 우리가 이해한 세계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지동설이 됐든, 아니면 뉴턴의 과학이 됐든, 양자 역학이 됐든, 진화론이 됐든, 뭐 유전학이 됐든, 방법론 자체는 다 똑같습니다. 과학은 물질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론일 뿐이에요. 그래서 기후과학도 다 그러한 과정과 어떤 물질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론 속에서 나온 것이고, 그거를 현재 우리가 합리적인 진리로 받아주겠다, 잠정적인 진리로 받아주겠다, 라고 하는 것이죠. 그러한 측면에서 현재의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건 과학의 정신, 과학의 방법론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비과학이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녹색당 비례대표로 나선 것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조: 실제로 기후변화가 본격적으로 일어난다고 하면, 이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거냐면 마트에 갔는데 먹을 걸 안 파는 세상이 된다는 걸 의미해요. 우리는 단 한 번도 그런 세상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무섭다는 걸 모르잖아요. 우리가 뭐 문명이라고 하면 화려한 핸드폰, 정교한 반도체 이런 거 이야기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그런 거는 없으면 없는 대로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삽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서 일어나는 위험은 다르죠. 예를 들어서 먹을 것 같은 거는 모자란다고 모자란 대로 먹고 없다고 굶으면서 어떻게 살아요. 우리 문명은 바로 가장 기본적인 걸 바탕으로 하는데 바로 기후위기가 지금 그것을 공격해온다는 거거든요. 대단히 심각한 문제죠.
그것도 뭐 100년, 200년 후의 일이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이 훨씬 더 이 위험 속에 노출될 거예요. 정말 정신 바짝 차려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 매일매일의 삶 자체가 너무 버겁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우리는 오늘의 삶 그 자체에 눌릴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고요. 그래서 다가올 이 위험 앞에서 그냥 눈만 껌뻑껌뻑하는 상황들,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것이 바로 변화와 행동으로 가고 있지 못하다는 거, 이거는 시민들이 알아서 하기에는 굉장히 좀 힘든 측면이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정치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래서 정말 정의로운 세상, 좀 더 나은 세상을 주장하는 정치가라면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우리 세대가 뭘 희생해야 하고 뭘 포기해야 하는지 국민들, 시민들한테 설득을 해야 하거든요. 아무도 안 하잖아요. 오직 성장, 성장, 성장, 모두 그것만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오늘날 우리의 위기는 바로 성장, 성장을 외치다가 결국 이 모양 이 꼴이 되고, 그러면서 굉장히 소수만이 그 성장의 열매를 따 먹는 구조를 만들어놓고서 아직까지도 성장을 외치고 있다는 거. 바로 여기에서 정치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요. 제가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더: 박사님이 이전에 주장하셨던 탄소세 부과는 왜 도입하지 않는 걸까요?
조: 이미 몇 년 전에 프랑스 정부가 탄소세를 부과하려고 했다가 오히려 노란 조끼 운동이 일어나면서 완전히 그게 좌절이 돼버린 적이 있거든요. 그때 프랑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해서 탄소세를 걷어가지고 그 세금으로 뭔가 공적인 일에 쓰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탄소세를 매기게 되면 누가 가장 고통스럽냐. 부자들이야 그깟 석유 값 몇 퍼센트 더 올랐다고 그게 뭔 문제가 되겠어요. 그런데 픽업트럭 운전자나 택시 운전사들, 운송업을 하는 사람들은 유류세 몇 퍼센트 올라가면 당장 자기 소득에 큰 문제가 된단 말이죠. 그러니까 당연히 시민들이 들고일어났고 그게 좌절이 됐거든요.
자, 그래서 이 탄소세는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스위스 같은 데서는 탄소세를 받으면 그거를 기본소득으로 풀어버려요. 그렇게 똑같이 풀어주면 화석연료를 많이 쓴 사람들은 탄소세를 많이 내겠죠. 그다음에 화석연료를 적게 쓴 사람은 적게 내겠고. 그렇지만 그렇게 모인 걸 그대로 동일하게 기본소득으로 풀어버리면 가난한 사람들은 그 소득으로 들어오는 부분이 있으니까 굉장히 유리한 측면이 있고요. 오스트리아의 경우는 거기서 한 발 더 나가서 그렇게 탄소세를 거둔 걸 똑같이 기본소득으로 푸는 게 아니라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지 않은 지역에 가중치를 좀 더 둬요.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곳은 어차피 그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되는데 오지에 사는 분들은 자기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런 분들한테 좀 더 가중치를 둔다든가 하는 거죠. 몇몇 나라들에서 지금 실시하고 있는데 그렇게 기본소득의 개념으로 풀었을 때는 어떤 선순환적인 구조를 갖게 된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들이 좀 더 확산되어가는 측면이 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이 교통에 대한 탄소세까지는 잘 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는 탄소세를 교통에다가 했다가는 운송으로 먹고 사는 분들이 어려움에 처한다고 봤기 때문에 그걸 난방에다가 했어요. 큰 집에 사는 사람들은 탄소세를 많이 내야 될 거고, 작은 집에 사는 사람은 적게 내도 되잖아요. 그 세금을 다 똑같이 나눠주는 방법을 취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시작은 그렇게 자그마한 것부터 조금씩 하면서 확산을 시키면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고, 그러면서도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들이 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더: 기후위기 상황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조: 저는 첫 번째로 오늘날 이 지구환경 분야, 기후위기를 포함해 이 분야에서 가장 저명하신 분으로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 원장인 요한 록스트룀이 쓴 〈프레네터리 바운더리스(planetary boundary)〉, 〈지구 위험 경계〉라는 논문이 2009년에 나왔는데, 한 열 명이 넘는 연구자들과 함께 쓴 논문이에요. 그런데 이 논문이 왜 그렇게 엄청난 논문이냐. 그게 그냥 자기 연구원들을 모아서 쓴 게 아니라 지구환경 분야의 가장 핵심적인 수장들을 전 세계에서 다 모아서 쓴 논문이었거든요. ‘지구 위험 경계’라는 그 개념이 2009년도에 등장을 했는데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하자면 지구 위험 경계라는 게 뭐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대단하고 영구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지구를 농구공으로 보자면 농구공의 코팅 수준, 그 범주 안에서 우리 인간은 지금 살아가고 있어요. 지구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생명 종들이 등장했다가 대부분 다 멸종을 해버렸잖아요. 왜냐하면 너무나 얇은 이 연약한 막에서 우리는 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조금만 변화가 일어나면 생명들은 다 멸종해요. 다시 말해서 이 생명의 어떤 종이 지구상에 등장을 한 다음에 얘가 영원히 생존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닙니다. 멸종을 하는 게 너무 당연한 거예요.
다만 지금까지 멸종됐던 것들은 자연적인 변동성에 의해서 그렇게 멸종이 됐는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지금 멸종을 향해서 가고 있다는 거거든요. 바로 그러한 측면에서 록스트룀의 지구 위험 경계라는 개념이 그것을 굉장히 명확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이 개념은 단순하게 과학 분야에서만 쓰는 개념은 아니고요, 이미 UN이라든가 이런 데서 ‘프레네터리 바운더리스’라는 용어가 기후변화라든가 지구환경 분야에서 이미 떠오르고 있어요. 그래서 이분이 쓴 책으로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에코리브르, 2017)라는 책이 나와 있고, 최근에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사이언스북스, 2022)라는 책도 나왔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세상이 무엇인지, 그다음에 그 해결책까지 굉장히 제시를 잘 해주고 있거든요. 한번 꼭 읽어보시라고 이야기드리고 싶어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의 김추령 선생님께서 정말 유려한 문체로 굉장히 어려운 것도 수월하게 풀어서 잘 설명해주는 책이 있습니다. 《내일 지구》(빨간소금, 2021)와 《지금 당장 기후 토론》(우리학교, 2022)이고요. 그다음에 록스트룀의 책을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더: 기후위기 상황에서는 개인의 실천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조: 예를 들어서 개인이 공동체를 위해서 분리 배출을 하고 일회용품을 덜 쓰고 에너지를 덜 쓰는 것,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건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죠. 우리의 모든 출발은 거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요. 다만 기후변화 대응이라고 하는 건 문명의 기반과 관련된 것이고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거든요. 그래서 개인이 그런 일들만 열심히 하면 그냥 착한 사람으로 끝나요. 그런데 기후위기 대응은 착한 사람만 가지고는 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정치적 참여를 해야 돼요. 세상을 바꿔야 하고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공동체를 향한 우리의 마음이 반드시 연대까지 가고 정치적 참여까지 가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그러한 측면에서 UN에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 열 가지를 제시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는 이 기후위기를 널리 전파하라는 것. 이걸 왜 퍼트려야 되느냐. 이거는 눈앞에 보이는 위험이 아니거든요. 이야기를 해줘야만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우리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퍼트려야 해요.
두 번째로는 정치적 압박을 가하라고 돼 있어요. 이거는 바로 세상을 바꾸고 제도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개인이 하면 굉장히 효과가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채식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채식은 시스템으로 하기가 좀 힘들어요. 먹거리라는 건 개인이 선택을 해야 할 여지가 굉장히 큰 부분이잖아요. 이 채식이 왜 그렇게 대단한 거냐. 오늘날 농업이라고 하는 게 햇빛하고 농부의 근육의 힘만으로 농사를 짓지는 않잖아요. 온갖 비료 치고 농약 뿌리고, 그게 다 화석연료로 만드는 거고요. 그다음에 기계들을 엄청나게 사용하잖아요. 운송, 저장, 보관, 가공, 이게 다 엄청나게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것들이에요. 온실가스 배출량에 그걸 다 포함시키면 전체 온실가스에서 약 25퍼센트는 바로 우리의 먹거리 때문에 배출이 된다고 보고 있어요. 그다음에 또 하나는 우리가 고기를 덜 먹자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토지의 사용이라든가 물 사용이 곡물을 생산하는 것에 비해 고기를 생산할 때 엄청나게 많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보통 밀을 1킬로그램 생산하려면 약 1,500리터의 물이 필요해요. 쌀을 1킬로그램 생산하려면 약 2,500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닭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약 4,0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요. 그런데 돼지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약 5,5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소고기는 15,500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오늘 저녁에 가족이 소고기 1킬로그램을 사다가 구워 먹었다면 약 15톤 이상의 물을 날려버렸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만큼 엄청나게 이 지구의 자원을 투자해야지만 우리가 고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고기 중에서도 바로 소고기가 엄청나게 지구를 파괴하는 주범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먹는 고기의 양 자체를 줄여야 하고 그중에서도 소고기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먹거리라고 하는 건 다른 부분보다도 개인이 선택하는 부분이 많고, 그래서 우리가 먹거리를 변화시키지 않고 그렇게 기름진 거를 먹겠다고 달려들게 되면 이 위기로부터 벗어나기는 대단히 힘들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실망한 경험도 있으실 텐데요, 어떤 것을 원동력 삼아 계속 연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조: 아무리 잘난 인간도 개인이면 다 약합니다. 약하기 때문에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홀로 의지를 가지고 뭘 해나간다는 건 굉장히 힘들거든요. 내가 일회용품을 좀 덜 쓰고 싶다고 해도 모든 게 과포장이 돼서 나와버리잖아요. 그러면 그거를 일일이 한 개인이 에너지를 써서 다 해결하고 세상을 바꿉니까? 그렇게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세상이 좋아지는 건 모든 사람이 착해져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 역사를 보면 우리가 제도를 만들어서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세상이 되었어요. 우리가 여덟 시간 노동을 하고 주말에 쉴 수 있는 거, 이건 어떤 사람이 착해서 너희들 그렇게 살라고 해서 된 게 아니잖아요. 소수의 사람들이 굉장히 노력을 해서 그런 거를 쟁취하고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삶을 누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정치에 참여한다, 연대를 한다고 하는 거, 내가 일회용품 줄이고 에너지 덜 쓰고 채식을 하기 위해서 애쓰고 이런 게 아니라 시스템이 그렇게 살도록 만들어지게 하는 거. 에너지를 안 써도 내가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되는 상태를 만드는 거, 그걸 위해서 우리는 정치에 참여를 해야 하는 거죠. 그 전에 바로 이러한 것들을 함께할 동료를 찾아가는 것, 바로 그런 단체들과 연대하고 참여하는 것, 전 거기에서 출발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천호_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대기과학자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 동안 일했으며 초대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지냈다. 대기와 바다가 이 세상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 모형과 지구 탄소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처음 구축했다. 기후변화와 지구환경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 이끌 것이라고 생각하며 현재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네트워크(ESC)’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중앙선데이》에 ‘조천호의 기후변화 리포트’를 연재했고, 2018년 이후 《한겨레》 인터넷판에 ‘조천호의 파란하늘’, 2019년 《경향신문》에 ‘조천호의 빨간지구’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파란하늘 빨간지구》, 공저로 《십 대, 미래를 과학하라!》 《리부트 대한민국》 《일반인을 위한 기후변화의 과학과 정치》 등이 있다.
서울시립대 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책이 아닌 ‘사람’을 빌릴 수 있다. 2000년 봄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로부터 시작된 ‘사람책’ 프로젝트는 현재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처음에 사람책은 난민이나 소수자 등 쉽게 만나기 어렵고, 목소리를 잘 들어볼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휴먼라이브러리에서는 누구나 사람책이 되어서
다양한 재질과 색상을 가진 종이는 어떻게 꽃 모양의 책갈피가 될 수 있을까요?종이 뭉치들은 어떤 꽃봉오리 모양으로 변해갈까요.김은주 작가님을 따라서 만들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꽃갈피를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책을 덮고 열면서 꽃갈피는 책을 읽는 페이지 속에 조용히 피어나고 있을 거예요.
이번 핫앤쿨 인터뷰에서는 김영호 의원을 만나 인터뷰했다.제22대 국회 교육위원장인 김영호 의원은 저서 《교육을 반대합니다》를 통해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는 특히 공교육의 위기, 사교육 의존, 교권 약화, 청소년들의 불안과 스트레스 문제에 주목한다. AI 시대를 맞아 우리 교육이 창의성·공감·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