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가 2024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한 ‘호모 프롬프트’는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에 효율적으로 명령하고 일을 시킬 줄 아는 인간이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이 꼽은 ‘AI에게 질문 잘 하는 법’은 ‘AI 문해력’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 결국 독서다.
아인슈타인은 확실히 천재였다. “세상을 구할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정확한 질문을 찾는 데 55분을, 문제를 푸는 데 나머지 5분을 쓰겠다”던 그의 말은 한 세기가 지나 정확히 들어맞았다. 챗GTP, 바드, 코파일럿 같은 인공지능이 상용화된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잘 묻는 능력이다. 명령어만 입력하면 답을 얻을 수 있는 이른바 호모 프롬프트 시대라지만 AI에게 우문현답을 기대할 순 없다. 어떻게 하면 AI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알짜배기 답을 얻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까?
좋은 질문의 첫 번째 조건 ‘명확하게 묻기’
질문을 잘 하려면 먼저 좋은 질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좋은 질문의 첫 번째 조건은 명확성이다. 무엇을 묻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원하는 답을 얻기 어렵다. AI에게 질문 잘 하는 법을 물으려 ‘AI에게 어떻게 질문해야 해?’라고 모호하게 묻는다면 주제 결정, 질문 준비, 플랫폼 찾기, 주제 입력 등과 같은 일반적 사용 방법에 대한 답변만 늘어놓는다. 질문을 ‘잘’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거나 ‘요령’, ‘비법’ 등의 단어를 사용해야 기다렸던 답이 나온다. 단어를 명확히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 최고(最古)의 성당을 물었는데, 사람마다 평가가 달라 말하기 어렵단다. 다의어라면 ‘최고’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이라고 풀어서 질문해야 한다.
핵심은 문해력! 정확한 어휘 사용해야
명확하게 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언어 사용 능력이다. 사람이라면 찰떡같이 알아듣는 사소한 실수도 AI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제대로 물으려면 먼저 어휘의 정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단어를 습득할 때 정확한 뜻을 이해하는 데 공을 들여보자. 제대로 사용한 경우와 이상하게 사용한 경우를 비교하며 감을 익히는 연습도 좋고, 사전적 정의 고르기 문제도 좋다. 풍부한 어휘력은 문해력을 높여주는 좋은 질문의 시작이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묻기’
질문이 구체적이라면 더 쉽게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경복궁에 대해 알려줘’라고 물으니 경복궁의 건축 양식과 역사적 용도, 주요 사건을 개괄적으로 나열한다. 질문자가 건축학 자료를 원하는지, 조선 전기 역사 자료를 원하는지에 따라 질문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5살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간다면 문화해설사가 되어 유치원생 수준에 맞게 설명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서울 맛집을 알려줘’라는 질문에는 똑똑한 AI도 더 구체적으로 물어 달라고 요구한다. ‘서울 명동에 있는 중식당 중에 1인당 가격이 3만 원 이하인 맛집을 3개만 알려 달라’고 물을 경우 훨씬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주제에 빨리 접근하려면 요약 능력은 필수
구체적으로 질문하려면 중요한 것을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 AI가 지닌 방대한 데이터 창고 어디에 손전등을 비출 것인지를 정하는 건 오롯이 질문자의 능력에 달려 있다. 책이나 긴 글을 읽고 요약하는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요약이 어렵다면 객관식으로 접근해보자. 심청전을 읽은 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이야기’, ‘아버지가 황후가 될 꿈이라고 좋아하는데 심청이 정말 좋은 꿈이라고 거짓말하는 이야기’ 중에 더 좋은 요약을 찾게 해보는 식이다. 둘 다 사실이지만 심청의 효심이란 주제는 전자에 가깝다. 요약을 통해 주제를 빨리 찾아내는 능력이 자란다. 선진국의 글쓰기 수업 첫 단계가 이 요약하기와 주제 찾기다.
첫 술에 배부르랴… ‘꼬리를 무는 질문하기’
AI는 간략한 답변을 선호하기 때문에 첫 질문에 배부를 순 없다. AI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먼저 AI의 답변을 이해해야 한다. 원했던 정보가 맞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맥락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원하는 방향으로 질문을 수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새로운 질문을 던지려면 문답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예컨대 위안부 논쟁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입장을 들었다면 최근 여론 동향이나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입장 등을 추가로 물을 수 있다. 논쟁의 쟁점과 맥락을 제대로 짚어야 추가로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이다.
질문에 익숙한 뇌, 하브루타와 연계 학습으로
안타깝게도 한국의 교실에선 질문이 사라진 지 오래다. 끊임없는 질문에 익숙해지려면 하브루타 질문 놀이가 제격이다. 두 명 이상이 짝을 지어 함께 공부하며 묻고 답하고 토론하는 유대인의 공부법이다. 하브루타를 통해 질문에 익숙한 뇌를 만들어갈 뿐 아니라 세상에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계 학습도 맥락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법이다. 르네상스는 미술 양식도 중요하지만 근대의 문을 연 문화적 조류라는 의미를 지니고, 《프랑켄슈타인》은 소설이지만 과학의 윤리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복잡하게 뒤얽힌 세상의 이치를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합리적인 질문이 가능하다.
AI의 실수, 할루시네이션을 막으려면?
잘못된 정보의 생성을 의미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AI가 지닌 가장 큰 단점이다. 완전히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질문력으로 줄여갈 수 있다. AI가 데이터 창고에서 헤매고 있다 싶으면 단서를 함께 제공하며 물어보자. 챗GTP에게 한국의 판소리 <수궁가>의 내용을 요약해 달라고 하자 엉뚱한 소리를 한다. ‘한국의 전래동화인 판소리 수궁가는 수궁이라는 장구를 치며 사냥을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수궁가의 내용을 간략하게 제시한 뒤 다시 물었다. ‘토끼는 자라가 속임수로 용궁에 데려가지만, 용왕이 토끼를 향해 쏜 화살로 인해 죽을 뻔합니다. 그러나 토끼는 간을 육지에 두고 온 것을 꾀 내어 살아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오류가 줄어들었다.
AI에게 단서를 제공하려면 질문자가 답변에 담긴 오류를 걸러내고 적확한 자료를 함께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상식과 검증 능력은 모두 다독에서 나온다. 틈틈이 신문 기사나 책을 읽고 글쓴이의 주장에 의문을 품는 연습을 해보자. 팩트 체커의 소양도 함께 길러진다.
질문 지능을 높이는 인문학적 상상력… 독서의 힘
사실, AI에게 명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어 달라 물을 수도 있겠다. 이러다 AI가 질문까지 대신하는 날이 오게 되는 건 아닐까? 그러나 AI가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바로 인간의 상상력이 낳은 질문이다. 세상을 바꿔온 건 바로 이런 질문들이었다.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
“사회가 진보하는 데 왜 빈곤은 심해질까?“
”평범한 인간은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나?”
“100년 뒤 지구는 어떻게 될까?”
좋은 질문이란 진실을 탐구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에는 공동체의 가치와 고민이 담겨 있다. 책에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상상력이 빚어낸 고민과 답변들이 가득하다. 책이 알고 있는 건 AI도 알지 않느냐고? 그렇다. 생성형 AI의 언어 모델은 책도 학습한다. 하지만 AI는 지식을 학습할 뿐이다. 작가의 치열한 고민과 마주하며 창의적으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가는 건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은 끊임없는 생각과 비판에서 나온다. 묻자마자 간단명료한 답을 내놓는 AI에 익숙해진다면 결국 질문 능력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책은 AI만큼 즉각적이지도, 질문에 대한 답만 일목요연하게 내놓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귀띔한다. 호모 프롬프트 시대, 인간이 좋은 질문을 찾기 위해 독서를 더욱 가까이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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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책읽기’란 모든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활동을 말한다. 온책읽기를 하는 건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한두 권 정도 읽는 데 그친다. 그럴 땐 가족과 함께하는 온책읽기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독후활동은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읽은 책의 내용을 다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