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변화의 요구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의 대학도서관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 중 하나는 ‘공간’에 관한 것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학도서관계의 ‘공간’에 대한 논의는 도서관 공간의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도서관협회(ALA)의 한 분과인 ‘대학연구 도서관협회(ACRL)’는 학술도서관의 동향과 통계를 연례적으로 조사하는데, ACRL이 2022년 6월에 발표한 조사결과 요약 보고서에도 도서관 공간에 관한 논의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보고서에 포함된 도서관 공간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펼쳐진 경제적 여건, 즉 도서관 예산은 전체적으로 감소한 반면 도서관 설비의 확충과 건설에 필요한 비용은 상승한 상황에서, 도서관 이용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도서관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다른 하나는 팬데믹 이후 도서관 이용자와 도서관 근무자 모두에게 안전할 수 있도록 어떻게 공간을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 빠진 것이 있다. 바로 장서(collection)를 위한 도서관 공간에 대한 논의다.
도서관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장서와 이용자가 만나는 공간’이다. 장서는 종이 형태와 전자 형태 자료를 모두 포함하고, 이용자와 장서가 만나는 ‘공간’도 물리적 공간과 온라인 및 가상의 공간 모두를 포함한다. 이용의 편리성 때문에 전자책 이용이 증가하고 있고 도서관들도 전자책 구입을 늘리고 있지만 출판계에서는 여전히 인쇄본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연구활동에 필요한 학술서는 아직까지 대부분 인쇄본으로 출판되고 있어서, 전자책이 대학도서관 장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더라도 아직까지는 인쇄본의 비율이 크다.
물리적 공간은 온라인 공간에 비해 확장과 재구성에 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때문에 인쇄본 장서를 위한 도서관 공간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도서관 공간은 점점 장서 중심이 아닌 이용자 편의성과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재구성되고 있는 현실이라 도서관 내의 장서를 위한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한 도서관에서 전자책 비율을 계속 늘려가더라도 인쇄본 책을 구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인쇄본 장서를 위한 공간 확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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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보다 인쇄본 장서 비율이 압도적인 대학도서관
미국 도서관계는 이러한 공간 부족에 대한 논의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대학 도서관들은 장서 공간 확보의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장서 폐기나 이동식서가 또는 밀집서고를 설치하는 방법 등으로 공간의 문제를 해결해왔다. 또한 보존서고를 건설해 이용률이 낮은 인쇄본이나 고서 및 고문서 등과 같은 귀중본 그리고 아카이브 자료를 위한 공간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고전적인 방법도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듯하다. 도서관에서 새로운 인쇄자료를 계속 수서하고 있고, 학술 분야의 전자책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자책만을 구입하거나 소장 중인 장서를 폐기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기존 건물에 이동식서가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책의 무게와 이동식서가 구조물의 무게를 감안한 안전보강 공사를 해야 하거나 아예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큰 비용이 든다. 보존서고 또한 공간이 거의 차가고 있어 증축을 하거나 새로운 보존서고를 건설해야 하는데 이 또한 큰 비용이 든다. 따라서 장서를 보관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UCLA 도서관도 장서 보관을 위한 공간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타 대학의 동료 사서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다른 대학 도서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UCLA 도서관의 장서 구성은 인쇄본이 1천 750만 책, 전자책이 325만 건으로 인쇄본과 전자책 비율이 대략 8 대 2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캘리포니아의 10개 대학 전체 상황을 보면 현재 100여 개 도서관에서 4천만 인쇄본과 1천 200만 건의 전자책을 소장 중이며 인쇄본과 전자책 비율은 대략 8 대 2 정도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전자책 출판과 이용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인쇄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크다. 이는 미국의 출판시장과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미국출판협회가 지난 5년간(2018~2022) 출판시장 추이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출판업계의 전체 매출액은 11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에 따르면 하드커버(양장본)와 소프트커버(지장본)의 매출은 각각 4.1퍼센트, 15.6퍼센트 증가한 반면 전자책의 매출은 오히려 2.5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에서 인쇄본은 70퍼센트를 차지했고 전자책은 10퍼센트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러한 통계로 사람들이 여전히 전자책보다는 인쇄본을 선호한다는 점을 추론해볼 수 있다. 출판업계의 매출 통계만으로 대학도서관의 수서 동향을 파악하거나 대학의 도서관 이용자 선호도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대학도서관이 장서 정책을 수정하고 공간 재구성에 대해 논의할 때 하나의 지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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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공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장서 개발정책
최근 도서관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collaborative collection’이나 ‘shared print’ 등과 같은 공동 장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CRL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학 디지털도서관(California Digital Library), 대학 및 연구 도서관 컨소시엄(Center for Research Libraries), 하티트러스트(HathiTrust)는 협력 장서 개발과 공유 인쇄본 운용에 필요한 기준과 방법을 함께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이와 별개로 캘리포니아 대학도서관, Big Ten Academic Alliance, 그리고 캐나다의 공동 장서 개발전략 워킹그룹은 공동 장서 개발과 운영을 위해 각각의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공동 장서가 추구하는 기본 방향은 분담수서다. 즉, 공동 장서 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회원대학들이 학문 분야별로 수서 주제를 나누고, 이 수서 주제들을 각 회원대학에 할당한 후, 각 회원대학들은 할당된 주제에 속하는 인쇄본을 수서하고 목록화해, 각 회원대학의 도서관 이용자들이 컨소시엄 회원대학에서 각각 소장 중인 인쇄본을 하나의 통합된 도서관 시스템을 통해 아무런 장벽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대학도서관들의 장서 개발 방향은 모든 학술 분야의 인쇄본을 종합적으로 수서하여 소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 대학도서관마다 똑같은 인쇄본들이 상당히 많이 소장되어 있다. 하지만 공동 장서가 추구하는 방향은 각 회원대학 도서관들의 똑같은 인쇄본 구입을 줄이고 각 대학의 기존 장서 중 복본에 해당하는 인쇄본을 폐기하는 것을 병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도서관의 공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도서관’이란 키워드로 뉴스기사 검색을 하고 연관어 분석을 해보면 눈에 띄는 단어들은 주로 ‘이용자’, ‘주민’, ‘복합문화공간’, ‘서비스 발전’ 등으로 주로 도서관의 이용자와 서비스에 관한 것들이다. 이는 도서관에 대한 논의의 주제가 어느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는 이 글에서 대학도서관의 공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도서관계와 도서관을 둘러싼 많은 분야에서 ‘장서를 위한 공간’이란 주제도 활발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도서관 공간과 장서에 대한 논의의 하나로 공동 보존서고 건립과 분담수서 및 공동장서에 관한 해외 사례 연구가 학계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오고 있지만 예산 확보와 부지 선정 및 정책 수립 등에 많은 장애물이 있다. 이러한 논의에 도서관 사서들도 적극 참여해 도서관과 장서 운영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또한 도서관은 장서를 위한 공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상훈_UCLA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사서
UCLA 동아시아도서관 한국학 사서(Korean Studies Librarian, East Asian Library, UCLA)로 재직중이다. 한국학 자료를 큐레이팅하면서 한국의 근현대사와 이민사에 관심을 가지고 대통령기록관과 대학 아카이브에서 자료를 발굴하고 이민사 관련 자료를 수집해오고 있다.
대규모 연구비 삭감으로 칼바람 부는 미국 대학가미국 대학가에 연구비 예산 삭감의 칼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국의 대학들은 대부분 6월 30일에 한 해의 회계를 마감하고 7월 1일부터 새 회계연도를 시작한다. 이와 달리 연방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 1일에 시작된다. 때문에 지금 미국 대학들은 한 해 살림을 마무리하고 새해 살림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미국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초・중・고 학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이 대학에서 한국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생과 연구자 수의 증가로 이어지길 기대해 볼 수 있는데, 미국 대학의 한국 관련 수업 주제가 기존의 역사, 언어, 문학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종교, 디아스포라 등 다양한 주제로 확대되고 있기
2000년대 초, 생애 처음 한국 밖으로 여행 갔을 때를 아직도 선명히 기억한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던 뉴욕의 2월. 여행 중이라 겨울옷이 변변치 않았기에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이 쌓인 인도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고 버스의 앞문이 열렸다. 날이 많이 추워 버스에 얼른 올라타려고 하는 순간 버스 기사님이 잠깐 기다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