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가들]은 독서가 한 개인의 인생에 끼친 영향에 대한 질문을 통해 독서의 중요성, 책과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풀어가는 전문가 인터뷰 코너이다.
책 이외에도 인터뷰이의 전공이나 관심사에 관한 질문 또한 추가된다.
Q 언제, 어디서, 어떤 책을 주로 읽나.
A 늘상 작업실에서 모니터를 들여다보기 때문에, 눈이 피로할 때가 많아 취침 전 침대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는 편이다. 주로 소설을 많이 읽는다.
Q 영화감상을 할 때와 독서를 할 때, 마음가짐에 차이점이 있는가.
A 아무래도 영화감상은 하는 일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온전히 작품에 빠져들기 어려울 때가 많다. 분석적으로 보게 될 때가 있고, 너무 좋은 작품은 질투심을 유발해서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독서를 할 때는 전적으로 종이의 활자에만 의존해 마음껏 상상을 하며 빠져들 수 있다. 그 점이 다른 것 같다.
A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라는 작품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호러 영화를 그다지 즐겨 보지는 않는 편인데, 후반부에 주인공 신지와 사치코의 추격전 부분을 볼 때는 책장을 넘기는 게 두려울 정도여서 떨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글에서 묘사된 사치코의 외모나 어디서 갑자기 나타날 것 같은 긴장된 상황 묘사가 웬만한 호러 영화는 범접할 수 없는 공포감이 있었다.
Q 끝내 버려진 컷과 끝내 버리지 못한 컷 중 더 마음이 쓰이는 쪽은?
A 사실 작품을 편집할 때 잘 이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 끝내 버리지 못한 컷이 발견되면 더 마음이 쓰인다.
Q 편집 작업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A 정해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촬영된 수많은 소스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연결해서 기존의 계획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의 쾌감. 그것이 편집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Q 편집감독으로서 늘 머릿속에 떠올리는 문장이 있다면 무엇인가. 책 속의 문장이나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도 좋다.
A 지금 인터뷰와 어울리는 문장은 아닌 것 같지만, 스스로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납품일은 무조건 지킨다.” 영화 작업이 공동 작업이고 편집 과정이 후반 작업에서는 중심이 되다 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Q 내 삶 속,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연결’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적인 관계나 공적인 만남, 특정한 시간 등 무엇이든 좋다.
A 와이프를 영화 작업을 하면서 만났다. 평소 음악 작업을 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 같은 것이 있었는데, 영화음악감독을 만났으니 더없이 운명적인 연결이 아닐까 싶다.
A 학창시절, 누나가 장국영의 팬이었던 덕분에 장국영의 다양한 작품을 비디오로 감상할 수 있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이었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그 영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봤을까 싶은데, 브라운관에서 보는 퇴폐미 가득하고 허무주의에 빠진 아비(장국영)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고 닮고 싶었다. 실제는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Q ‘시간은 이다.’ 빈 칸에 들어갈 단어 혹은 문장을 말해보라.
A 그리움. 어떠한 감정을 겪었던 그 시간은 지나가고, 돌아보면 항상 그리움으로 남는 것 같다.
Q 올해 안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일상의 정해진 코스를 크게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성향이라 해외에 가본 적이 별로 없다. 기회가 된다면 어디가 됐든 해외로 한번 나가보고 싶다.
Q 다시 태어난다면 갖고 싶은 직업은?
A 나를 아는 사람들은 굉장히 의외라고 생각할 게 분명하지만, 엄청난 관중들 앞에서 공연하는 록밴드의 멤버가 되고 싶다. 방에 갇혀 모니터만 보고 일하는 사람들은 약간 ‘관심종자’의 기질이 있는 것 같다.
Q 편집의 아름다움 혹은 정수를 느꼈던 첫 번째 영화는 무엇인가.
A 고등학교 때 학교를 마치고 친구 두 명과 영등포의 한 작은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였다. 별 기대 없이 본 영화에서 전율을 느꼈던 그날을 잊지 못한다. 특히 정원(한석규)이 다림(심은하)을 만나기 위해 찾아갔다가 눈앞에서 바라만 보고 다시 사진관으로 돌아와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모습은, 단 하나의 대사가 없이도 모든 것이 설명되는 충격적인 흐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처음 좋은 편집의 정수를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좋은 편집은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감정만 남긴다.
현재는 세계적인 감독이 된 박찬욱 감독의 평론가 시절을 엿볼 수 있는 평론집이다. 감독의 성향답게, 비디오 가게에서 구해 볼 수 있는 고전 걸작들은 물론 키치적이고 B무비로 알려져 있지만 재발견의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들 목록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 글만으로도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그의 글 솜씨가 일품이다. 현재 이 책은 절판되었지만 ‘박찬욱의 오마주’라는 제목으로 내용이 다소 수정되어 개정판이 나왔다. 도서관에서 구판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오스카 와일드)
고전을 꽤나 읽어본 것 같은데, 엄청난 집중력으로 책을 읽어나간 시절은 사실 군생활 때였다. 운동에 딱히 소질이 없고 당직근무 시절엔 할 일도 없어 주변에 널려 있는 고전을 재미나게 읽었다. 그때 접했던 책들 중 하나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었다. 늙고 병들고 싶지 않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이처럼 드라마틱하고 영화적으로 표현한 소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 있게 탐독했다. 훗날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이 작품과 연계해서 분석한 리뷰를 본 기억이 있는데, 무릎을 탁 치고야 말았다.
《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큐라이스)
일종의 네 컷 만화인데, 우연히 SNS를 통해 접한 후 단행본이 나오자마자 구입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티벳여우지만 누구보다 친절하고 자식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그의 모습이 어떨 때는 유머러스하게, 또 어떨 때는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런저런 미사여구나 불필요한 컷 없이 단출하게 표현되는 에피소드들이 큰 감정을 전해준다.
《피프티 피플》(정세랑)
이 작품을 읽고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50여 명의 이름으로 창작한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서서히 모아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나가는 솜씨가 너무 좋았고, 영화적인 구성이라 느껴져 매우 흥미 있었다.
《GV 빌런 고태경》(정대건)
GV란 관객과의 대화를 의미한다. 주로 영화 관람 후에 진행되는데, 그 행사를 보다 보면 가끔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과 행동을 해서 주변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거기에서 출발한 듯한 이 작품은 고태경이라는, 겉으로 보면 괴짜 같은 인물이 어떻게 해서 GV 빌런이 되었는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책을 읽고 나면 사람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주변의 불편한 사람도 한번쯤은 다른 각도로 보게 만드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작품이다.
원창재_편집감독
평범한 디자인과 학생이었다가, 디자이너로서의 자질에 심각하게 의문을 품고 평소에 좋아하던 영화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졸업 후 영화편집자가 되고자 편집실 조수, 현장편집 생활을 거쳐 2013년 마포구에 방음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에서 ‘이음편집실’을 시작했다. 그 후로 현재까지 10년 동안 다양한 독립 장·단편영화, 상업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2022년부터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출강하며 학생들과도 소통하고 있다.
4월 22일은 1969년 미국 해상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민간에서 제정한 ‘지구의 날’이다. THE LIVERARY에서는 전 세계 모든 인류가 지구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고 환경 보호를 다짐하는 국제적인 기념일을 맞아 인사이트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추령 교수는 34년간 지구과학 교사로 근무했으며 교육 현장에서의 활발한 교육 연구 활동과 더불어 다수의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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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인사이트에서는 2023년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표방한 책《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출간한 이소연 작가를 만나 기후위기 시대 소비하지 않는 일상에 대해 인터뷰 했다. 쇼핑을 중단하고 새롭게 만나게 된 세계와 변화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Q 7년 전,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 장면이나 사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