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이름은 카밀로. 열한 살, 무언가를 훔칠 수 있는 나이다. 사는 곳은 메데인시 산토도밍고 사비오. 학교는 다니다 말았다. 도둑이 되려는 아이는 글자만 읽을 줄 알면 된다. 얼마 전부터 도둑질을 시작했다. 먹을 것도 훔치고 술도 훔친다. 하루에 술 한 병, 심부름을 시키는 아빠는 이제 돈도 주지 않는다. 술을 구하지 못하면 집에 들어갈 생각을 말아야 한다. 아빠에게 더러운 욕을 듣는 것보다 더러운 길바닥에서 자는 게 낫다. 차가운 땅이라도 상관없다. 그곳은 메데인이니까.
스페인 아동청소년문학상과 알라델타상, 독일 화이트 레이븐상에 빛나는 《도서관을 훔친 아이》의 주인공 카밀로는 예사롭지 않다. 과거 빈곤과 폭력과 마약의 도시였던 메데인을 맨발로 걸어 다녔을 법한 어린 인물은 건조하게 도드라진다. 카밀로는 아빠의 술주정을 피해 산토도밍고의 언덕길을 걷는다. 아래로 내려가고, 위로 올라가고, 샛길을 따라가고……. 메데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서면 언덕을 뒤덮은 판잣집들, 푸르른 도시와 산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메데인은 카밀로가 아는 세상 전부다.
카밀로는 단 하나뿐인 친구 안드레스와 붙어 다닌다. 안드레스도 카밀로와 다를 바 없이 무지와 빈곤이 낳은 아이. 메데인이 혁신의 도시로 변모하기 전, 가장 가난한 동네 산토도밍고 아이들의 절반은 그렇지 않았을까. 카밀로와 안드레스는 매일 거리를 쏘다닌다. 가파른 언덕길을 지그재그로 걷고, 공터를 지나고, 끝없이 수다를 떤다. 술을 사러 갈 때는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길을 따라간다. 케이블카는 메데인의 자존심이다. 카밀로는 동의할 수 없다. 케이블카가 무슨 소용인데? 케이블카를 탈 돈이 있다면 술을 살 것이다. 훔치는 건 돈이 없기 때문이다. 카밀로는 커서 도둑 두목이 되기로 했다. 도둑은 절대 안 될 거라는 안드레스에겐 이렇게 말한다. “열한 살인데 뭐가 되고 싶은지 모르면 도둑이 되면 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잘못은 없다.
산토도밍고에 케이블카보다 높고 으리으리한 건물이 문을 열었다. 반짝이는 검은 벽돌로 지은 도서관. 그것은 붉고 허름한 벽돌집들 위에 거대한 바위처럼 서 있다. 메데인의 자존심은 이제 도서관이다. 카밀로는 도서관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벽돌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면 집 담벼락의 진흙이 벗겨지며 드러나는, 도도하게 빛나는 벽돌. 도서관이 지어질 때 카밀로가 훔쳐온 벽돌이다. 이 벽돌을 들키면 감옥에 가야 할 것이다.
폭우가 쏟아진 뒤 카밀로의 집은 검고 아름다운 몸체를 드러낸다. 서둘러 가려야 할 몸이다. 카밀로와 안드레스는 계곡에서 쓸려 내려온 진흙을 퍼다 벽을 바른다. 진흙을 바를 때마다 손이 보들보들해진다. 손이 여자애들처럼 되는 건 싫다. 안드레스는 도서관에 가서 여자애들과 피부를 비교해보자며 꼬드긴다. 카밀로는 거절한다. 도서관 경비원은 벽돌을 훔친 아이를 알아볼지 모른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카밀로가 ‘마치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큰 바다 한복판에, 구원자처럼 굳건히 모습을 드러내는 단단한 바위처럼’ 우뚝 선 도서관, ‘그 거대한 괴물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할 수밖에 없다. 메데인의 도서관은 이미 《도서관을 훔친 아이》의 중심으로 들어와 있다. 사서 선생님 마르는 책을 빌려 갈 방법을 알려준다. 사진 두 장을 가져와 도서관 회원증을 만드는 것. 하지만 카밀로가 도서관에서 할 일은 따로 있다. 도서관을 나올 때 카밀로의 셔츠 속엔 책 한 권이 들어 있다. 곧 술이 될 책이다.
도서관에서 훔친 두 번째 책은 진흙을 바른 손처럼 부드럽다. 화려한 표지에 컬러 그림도 많다. 술 두 병으로 바뀔 책이다. 열람실을 빠져나올 때, 마르의 말은 두 소년의 귀에 가닿지 않았다. 사진 두 장! 카밀로에게 책은 읽을거리가 아니라 팔 물건이다. 아빠에게 얻어터지고 잔뜩 부어오른 눈에 연고를 발라준 마르의 친절도 부드러운 책장을 만져볼 때 잊혔을 것이다. 길에서 만난 여자애들의 수수께끼 같은 말이 따라다닌다. 도서관에는 탐지기가 있다, 탐지기가 있다……. 탐지기는 망가졌을까? 망가졌다면 또 다른 책을 훔칠 기회다.
카밀로와 안드레스는 산토도밍고를 배회한다. 내려갔다가 올라가고…… 도서관에 갈까, 가지 말까……. 오른쪽 길로 갔다가 왼쪽 길로 가고…… 탐지기는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을까……. 거대한 생명체처럼, 멀어지려고 할수록 도서관은 두 소년을 끌어당긴다. 카밀로는 아빠에게 갖다 줄 술을 생각한다. 책을 훔치는 건 쉽다. 탐지기를 고치지 않았다면.
덫이었다! 마르 선생님은 카밀로의 셔츠를 들어 올리고 세 번째 훔친 책을 빼낸다. 그녀는 일부러 경보음을 울리지 않았다. 안드레스가 책을 훔치지 말라고 미친놈처럼 말렸을 때 그만두었어야 했나? 하지만 미친 건 마르 선생님이다. 빼앗은 책 대신 그녀는 다른 책을 셔츠 안에 넣어준다. “이 책이 훨씬 더 재미있을 거야.”
《도서관을 훔친 아이》를 빛내줄 인물의 정체가 드러났다. 메데인을 넘어 아이들을 새로운 세계로 연결해줄, 선한 의지를 가진 한 사람이다. 카밀로는 자신의 인생을 생각한다. 카밀로의 인생엔 메데인이 있다. 도서관 벽돌을 숨긴 집이 있고, 아빠에게 맞고 우는 엄마가 있다. 아기인 동생도 있다. 단짝 친구 안드레스도. 아빠는…… 아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자리했다. 마르 선생님…….
검은 구름이 폭우를 몰고 온 밤, 카밀로는 쓰레기가 널린 공터 가로등 아래 은신처를 만든다. 길에서 혼자 자는 밤은 외롭지 않다. 마르 선생님이 인생에 들어왔으니까. 인생에 첫 책이 생겼으니까.
산토도밍고 언덕의 카밀로와 안드레스
《도서관을 훔친 아이》의 압권은 이제부터,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은 카밀로의 것일까, 독자의 것일까. 카밀로는 글만 많은 책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는다. 책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읽고, 책의 내용을 읽는다. 첫째 줄, 둘째 줄, 셋째 넷째 다섯째 줄……. 한 단락, 두 단락, 다음 페이지……. 카밀로는 책 속에서 또래 아이를 만난다. 메데인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도시, 크고 단단한 집에 사는 아이. ‘그 아이는 카밀로보다 운이 좋았다.’ 책장은 계속 넘어간다. 폭우가 쏟아진다. 카밀로는 아이에게 빠져든다. 비가 억수로 와도 책을 덮을 수 없다. 그 아이에 관한 모든 것을 알 때까지.
천둥이 치고 가로등이 꺼진다. 카밀로는 책을 끌어안는다. 안드레스가 빵 한 조각을 들고 왔다. 추웠던 몸이 따뜻해진다. 안드레스가 있어서. 처음 만난 아이가 있어서. 카밀로는 안드레스에게도 그 아이를 만나게 할 것이다. 이제 책은 훔칠 물건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할 신세계다. 사진 두 장이 필요하다. 안드레스 것까지 1만 페소가 있어야 한다. 훔치지 않기 위해 두 소년은 무엇을 했을까?
《도서관을 훔친 아이》는 콜롬비아 메데인시와 ‘스페인도서관공원’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마약과 폭력이 난무했던 도시 메데인은 도시 혁신 실험을 통해 새로운 시민 건축의 모범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잘 사는 도시’가 아니라 ‘가장 교양 있는 도시’를 목표로 한 결과다. 그 정점의 하나인 스페인도서관공원은 메데인 곳곳과 연결되어 모든 주민들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갖고 동등하게 문화 예술을 향유하고 있다. 그들 중엔 수많은 카밀로와 안드레스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은 가장 멋지고 큰 생각을 하게 해주는 도서관, 그리고 선하고 아름다운 의지를 가진 사서가 아니었을까.
10년의 인연과 《책은 죽지 않는다》의 첫 출발이시바시 다케후미 씨가 책이 나왔다며 직접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오랜만에 만난 그는 머리를 산뜻하게 잘라 한결 시원한 인상이었다. 이시바시 씨는 섬세한 사람이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 섬세함은 글에만 있지 않다. 사람을 대할 때도 그렇다. 한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오래 기억
[스토리] 코너에서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하거나 사서가 등장하는 소설 등 도서관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열다섯 생일이 되는 날,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소년이 되겠다는 다짐을 안고 가출을 결심한 카프카. 소년은 다카마쓰에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카마쓰로 행선지를 정한 마땅한 이유랄 건 없었다. 자신이 사라진 걸 알고도 그 누구도 그곳에
영화는 흑백의 이미지로 고인이 된 움베르토 에코가 미로처럼 이어진 자신의 서가 안을 걸어가는 뒷모습을 쫓으며 시작한다. 처음에는 너무 방대한 양의 책이 꽂혀 있어 그곳이 개인 서가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약 5만 부의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밀라노의 브라이덴세도서관과 볼로냐대학교 도서관에 일부 기증되었다. “La biblioteca